[프리미엄 리포트] [수도권 기반시설 접근성 분석]학교-응급실-백화점·대형마트
경기지역의 신도시에서는 이처럼 학원버스로 등교하고, 하굣길에는 이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직행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학교 등 도시 기반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부터 대거 건설한 난개발의 결과다. 실제로 일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인근 지역은 농촌이나 섬 지역처럼 학교 접근성이 떨어졌다.
○ 도심 속의 통학 오지
서울은 다른 수도권보다 학교 접근성이 양호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내에서는 격차가 뚜렷했다. 교육 여건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보다 강북지역이 통학은 훨씬 더 편리했다. 이른바 학세권(학교에서 가까운 지역) 상위지역에 한강 이남지역보다 강북이 더 많이 포함됐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개발이 일찍 시작됐고 밀집 개발이 이뤄진 강북지역은 학교 등 기반시설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며 “학교의 명성에 민감한 강남 학부모와 거리를 더 따지는 강북 학부모들의 성향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응급실 먼 노인 밀집지역
지난달 11일 오전 10시경 경기 가평군 하면 ‘김외과’ 대기실은 아침부터 온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이 병원에서는 의사 2명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에 약 120명을 치료한다. 김외과 관계자는 “교통사고 중상자나 뇌중풍(뇌졸중) 응급환자가 오면 구급차를 불러 주변의 큰 병원으로 이송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응급시설 접근성이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농어촌 지역, 도심 외곽지역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응급시설 접근성 하위 10곳 중 7곳은 노인 인구비율이 서울 전체 평균(8.06%)보다 높았다. 성북구 정릉 3·4동, 은평구 수색동, 성북구 길음2동 등 주로 강북의 외곽 지역이다. 경기는 연천군 중면과 장남면, 가평군 북면과 상면 등 하위 10곳 모두가, 인천은 하위 10곳 중 옹진군 영흥면, 강화군 화도면 등 7곳이 지역 평균보다 노인 인구비율이 높은 노인 밀집 지역이었다.
○ 백화점은 강북 vs 대형마트는 강남
백화점 등 판매시설로의 이동시간이 짧은 ‘점(店)세권’도 지역별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였다.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백화점 접근성은 서울의 한강 이북지역이 상위 10곳 중 8곳을 차지했다. 서울 백화점 접근성 1위는 강북 아파트촌이 모인 성북구 길음2동(승용차로 3.42분)이었다. 이곳의 반경 1km 내에 백화점이 5개나 있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강북지역 부자들은 중장년층이 많아 가장 가까운 백화점만 찾는 경향이 있다”며 “강남 소비자들은 거리가 멀어도 다양한 쇼핑센터를 경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교적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는 대형마트의 접근성에서는 서울의 한강 남쪽지역이 상위 10곳 중 8곳을 차지했다. 서울 대형마트 접근성 1위는 빌라가 많은 동작구 사당4동(승용차로 8.51분)이었다. 반경 1km 내 대형마트 수는 3개였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강북이든 강남이든 마트의 서비스 품질과 관계없이 가까운 곳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