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황웅성 메릴린치 수석부사장 ‘뉴욕캠프’ 멘토링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국총영사관에서 열린 ‘미국 취업 멘토링 워크숍’의 멘토로 나선 피터황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수석 부사장.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 주재 한국총영사관(총영사 김기환) 회의실에서 청년드림뉴욕캠프(KOTRA·동아일보 공동 운영) 주최로 열린 ‘미국 취업 멘토링 워크숍’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 이날 행사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자산관리(WM)부문 대표인 피터 황(한국명 황웅성·54) 수석부사장이 멘토로 초청됐다. 그는 월스트리트 진출을 꿈꾸는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선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자 대표적인 롤모델. 한 20대 남성 참석자는 “금융계의 아이돌 스타 같은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 부사장이 이날 2시간 반 넘게 털어놓은 얘기는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그 뒤에서 흘렸던 뜨거운 눈물’이었다. 그는 “이곳이 청년드림캠프인데 냉혹한 현실을 얘기하면 여러분이 꿈(드림)조차 꾸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야말로 ‘잘나가는 삼성맨’이었다. 최우수사원상을 여러 차례 받았고, 아버지는 삼성생명 사장과 삼성카드 부회장을 지낸 황학수 씨. 법인장 시절 기사 딸린 최고급 승용차를 타던 그는 일개 영업맨이 되자 고객 확보를 위해 맨해튼 거리를 뛰어다녀야 했다. 그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회사 24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뛰어 올라갔다. 맨해튼 내에서 이동할 때도 뛰었다. 일부러 눈을 살며시 감고 ‘happy, happy(난 행복하다, 행복하다)’를 속으로 외치며 뛰었다. 그러다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적도 있다. 주위 미국인들이 ‘괜찮으냐’고 물으며 나를 일으켜 세우는 순간 가슴에서 피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대학 전공이 영문학(고려대)이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역학석사(MBA) 학위를 받았지만 ‘한국 토종’인 그는 영어와 업무 모두에서 쟁쟁한 미국인 동료들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하루는 야근하고 있는데 직장 동료 미국인이 자기 부인을 내 자리로 데려와서 ‘여보, 나한테 늦게 퇴근한다고 잔소리하는데, 봐 봐 미스터 황은 아직도 일하고 있잖아‘라고 하더군요.”
그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고민거리인 영어 문제에 대해서도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하는 방법밖에 더 있느냐”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어 실력이 달리면 미친 듯이 공부해야 한다. 나도 영어 능력 향상하려고 ‘집에서 영어로만 말하자’고 선언하고 아내가 한국말로 물으면 대꾸를 안 해서 부부싸움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 친구가 3년쯤 지나서야 ‘이제 영어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다’고 알려 왔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영어를 극복해 낸 것이지요. 우리 머리는 다 비슷비슷하지 않습니까. 특별한 천재가 아닌 이상, 결국 독하게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쪼개서 얼마나 더 집중해서 노력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가 달라집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어느 날 찾아오지만 준비하고 노력한 사람만 그걸 잡아챌 수 있지 않습니까.”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