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43>사라지는 ‘폰딧불이족’
공연 시작 전의 객석은 무대보다 훨씬 환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무대에 오른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공연장 ‘블루스퀘어’. 1700여 석의 삼성전자홀은 공연 15분을 앞두고 각자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관람객이 70%가 넘어 보였다.
그런데 공연 직전 휴대전화를 꺼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공연장 모습은 뮤지컬처럼 드라마틱하게 달라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이 모두 순식간에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이나 옷에 넣었다. 휴대전화 불빛으로 환하던 객석이 금세 캄캄해졌다.
그러면서 뮤지컬을 여는 노래 ‘룩 다운(Look Down)’이 울려 퍼질 때는 관객 모두 아무런 방해 없이 무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출입구마다 안내 요원이 객석을 살펴봤지만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변주혜 씨(36·여)는 “같이 공연을 보면 나는 물론이고 어머니의 스마트폰 전원도 꺼 드린다”며 “스마트폰이 좋긴 하지만 공연이나 영화를 보며 쉴 때만큼은 방해 받지 않고 싶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끄지 않고 진동이나 무음 상태로 두는 것은 어떨까. 휴대전화 끄기를 직접 실천해본 사람들은 “꺼두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한다. 직장인 원유빈 씨(26·여)는 “휴대전화가 아예 꺼져 있으면 전화를 건 친구도 ‘무슨 일이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안 받았다고 질책하지 않더라”고 했다.
최근 공연장 등에서는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더 엄격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양종모 블루스퀘어 하우스 매니저는 “개관 때부터 휴대전화 관련 안내를 해 왔다”며 “최근에는 초등학생까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고 불빛이 나오는 블루투스 이어폰 등을 착용하는 관람객도 있어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휴대전화 사용 에티켓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