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가정 이뤄준 한국, 내 농구인생의 종착역”
●전자랜드로 화려한 귀환
하지만 최근 프로농구 KCC에서 전자랜드로 둥지를 옮긴 리카르도 포웰(32)은 다르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듣는 그가 전자랜드에 복귀해 처음 치른 지난주 인천 안방경기에는 시즌 평균 관중 4000명보다 3000명이나 더 많은 7198명의 팬이 몰려 “포웰”을 연호했다. 5시즌째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는 포웰은 20년 역사의 국내 프로농구에서 단일 팀 최장수 외국인선수다.
지난주 인천 숙소에서 만난 포웰은 “팬들이 마치 어제까지 전자랜드에서 뛰었던 것처럼 따뜻하게 반겨줘 코끝이 찡했다. 코트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내겠다”고 고마워했다.
‘영원한 인천맨’을 자처했던 포웰은 3시즌 연속 같은 팀에서 뛸 수 없고 신장을 제한한다는 규정까지 신설되면서 지난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야 했다. 전자랜드 고별경기 때 이태원에서 직접 장만한 ‘I ♥ KOREA’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눈물을 쏟았다. 이번 시즌 KCC의 지명을 받았지만 적응에 애를 먹으며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었다. 전자랜드로 돌아와 어두웠던 표정까지 밝아진 그는 “전자랜드는 5명의 선수가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기회를 노리는 농구다. 반면 KCC는 볼의 움직임에 따라 전술을 펼치는 정적인 플레이여서 나와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없을 때 전자랜드는 9승 19패의 부진에 허덕였다. 포웰 가세 후 4경기에서 2승 2패로 반전에 성공했다.
국내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제도는 ‘땜질’ 하듯 수없이 바뀌었다. 포웰은 “현행 드래프트 제도에는 모순이 많다. 외국처럼 자유선발로 바뀌어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고득점 농구를 하려면 외국인선수가 능사는 아니다. 수비자 3초 같은 룰을 부활시켜 공격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후 인천서 농구아카데미 운영 꿈
포웰은 중세의 용병처럼 대학 졸업 후 10년째 프로농구 선수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등지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그 절반에 해당된다. 전자랜드에서 뛰며 결혼을 하고 딸도 낳았다. “인천은 제2의 고향이다. 지하철이 너무 편하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밥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 간장 넣고 비벼 먹는 것이다.”
그는 15세까지 야구선수를 했다. 투수였던 그는 3년 연속 소속 리그에서 홈런왕까지 차지했다. 한 해에 키가 10cm 이상 커 주위 권유로 농구를 하게 된 그는 한국에서도 종종 야구를 보러 갔다. 가장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팀은 박병호가 입단한 미네소타. 미네소타를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커비 퍼켓은 그의 우상이다. 포웰은 “미네소타가 예전 같은 전력은 아니지만 박병호가 한국에서만큼 활약해주기를 바란다. 응원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던 포웰이 어느 순간부터 자꾸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어느덧 점심시간의 ‘전반전’이 끝날 무렵이었다. “집에 있는 아내가 왜 안 오냐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 팀을 위한 일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래야 홍보도 되고 동료들에게도 도움되는 거 아닌가.”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