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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도권]“시티투어 버스, 강남엔 왜 안가나요”

입력 | 2015-12-22 03:00:00

서울 강북만 순환 ‘반쪽투어’ 지적




2000년 10월 선보인 ‘서울 시티투어 버스’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어른 1명이 6000∼1만5000원만 내면 광화문 명동 여의도 등 서울의 관광명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시티투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강남지역을 순환하는 코스가 개설되지 않아 ‘반쪽 투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원래 강남은 강북처럼 고궁이나 한옥마을 등 전통명소가 별로 없어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시티투어 버스도 강북을 중심으로 순환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2012년 7월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에 걸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강남의 인기도 오르기 시작했다. 강남 스타일을 직접 확인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강남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5만 명이었지만 △2013년 511만 명 △2014년 600만 명으로 약 7배나 늘었다. 21일 박희수 강남구 관광진흥과장은 “삼성동 코엑스 일대가 ‘강남 마이스 관광특구’로 지정되고 청담 ‘한류스타의 거리’가 조성되면서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며 “올해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편리한 교통수단을 찾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 강남구가 압구정동 강남관광정보센터를 찾은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 104명을 조사한 결과 67.3%가 “서울 시티투어 버스의 강남-강북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6개 시티투어 버스 노선 중 강북과 강남 일대를 연결하는 노선이 없기 때문이다. 광화문∼여의도∼신촌 순으로 가장 긴 거리를 순환하는 ‘서울 파노라마 노선’이 한남대교를 건너지만 곧바로 올림픽대로를 달린 뒤 여의도로 향한다.

이에 따라 강남구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에 “강남과 강북을 연계하도록 시티투어 버스 노선을 변경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파노라마 노선에 ‘압구정동∼강남역∼코엑스’를 잇는 A안(13km) 또는 압구정동만 가는 B안(3km) 등 연장안 2개도 마련해 제시했다. 이 노선안을 따르면 버스 운행 시간이 각각 50분과 5분가량 늘어난다.

서울시는 노선 변경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김재용 서울시 관광사업과장은 “강남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강남구만 연계할 경우) 그렇지 않은 다른 자치구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현재 서울연구원 차원에서 노선 변경을 연구 중”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노선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