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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곳으로 늘어난 北직영음식점, 고객유치경쟁… 카드 결제도 척척

입력 | 2015-12-22 03:00:00

[유라시아 극동개발 현장을 가다]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식당의 변화




모란봉악단 공연은 ‘의무 시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 홀에서 여직원들이 TV를 켜 놓고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 식당 주변의 러시아인들은 “여직원들이 악단의 공연을 의무적으로 시청한 뒤 식당에서 재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북한 음식점도 외화벌이 ‘전선’에서 한몫을 하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직접 운용하는 음식점은 2008년만 해도 항구 근처 ‘평양관’ 1곳만 문을 열었지만, 최근엔 3곳으로 늘었다.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연해주로 몰려간 때와 비슷하다.

10월 24일 블라디보스토크 중심가에서 운영하는 ‘금강산’이라는 식당에 들러 저녁 식사를 주문했다. 동해의 해산물이 들어간 김치찌개에서 신선한 맛이 느껴졌다.

붉은색 계통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 3명은 한국인 일행에게 음식을 날라준 뒤 식당 홀 안에 비치된 TV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오후 8시경이었는데 북한 TV에서 모란봉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이 흘러 나왔다. 녹화한 영상물처럼 보였다.

‘이걸 꼭 봐야 하냐’고 묻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모란봉악단은 조선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란봉악단 무용수들이 입은 짧은 치마와 파격적인 율동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식당 종업원들도 굽 높은 러시아제 구두를 신고 있었다.

식당 홀 테이블에는 1990년 평양과 모스크바에서 동시에 출판된 ‘로어자습독본’이 놓여 있었고, 식당 내부에는 소형 러시아제 스피커 등으로 노래방 시설을 갖춰 놓고 있었다. 노래방 시설 위에는 산타클로스 얼굴을 오려 붙여 놓고 그 옆에는 북한의 산악 풍경 사진을 걸어 놓았다.

북한 음식점들은 요즘 운영 주체가 서로 다르고 손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새로 문을 연 금강산 종업원들은 한국인 일행이 계산을 끝내고 나가면서 ‘다른 북한 음식점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다른 꼼빠냐(회사)라서 아드레스(주소)를 모릅네다”라고 대답했다. 기자와 동행한 한 한국인은 “북한 권력 상부가 3개 음식점에 대해 경쟁을 붙여 놓았기 때문에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고 주소나 연락처도 서로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다소 의아스러운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오래전에 문을 연 평양관을 25일 낮에 찾았다. 기자는 7년 전에 이 음식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평양관의 시설은 별로 바뀌지 않았지만 종업원들의 응대 매너와 결제 방식 등에서 세련미가 풍겨 나왔다.

한 종업원은 한국인들이 ‘지금 공연을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오후 8시 손님이 많을 때에만 공연을 한다”고 말했지만 곧이어 가야금을 들고 나와 최신 북한 가요를 연주했다. 개량 한복에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있던 다른 종업원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자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쳐다봤다. 이들은 7년 전만 해도 카메라를 피했다.

가장 놀라운 풍경은 결제 방식이었다. 7년 전 이 식당은 루블화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한국인 일행이 평양냉면을 먹은 뒤 신용카드를 건네자 인터넷 시스템에 접속한 뒤 10초 만에 결제를 끝냈다. 종업원들의 손놀림도 빠르고 능숙했다. 러시아가 북한인들에게 은행 계좌를 열어주고 루블화 결제를 허용한 결과로 보였다.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변신이 돋보이는 현장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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