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응답하는 사회학’ 펴낸 정수복 박사
정수복 씨는 “사회학자는 현실과 학문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회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신간 ‘응답하는 사회학’(문학과지성사)을 내고 최근 동아일보를 찾은 사회학자 정수복 씨(60)는 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이 책을 쓴 데는 제도권 사회학에서 비켜나 있는 그의 이력이 작용했다. 그는 1990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크리스찬아카데미 기획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방송 시사프로 진행자 등으로 활약하던 정 씨는 2002년 프랑스로 돌아가 그랑제콜(엘리트 교육기관)인 파리정치학교에서 한국학 강사를 지내다 2011년 다시 귀국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그는 사회학자로, 작가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다.
그가 말하는 예술로서의 사회학은 학자의 체험, 느낌, 감정이 배제된 논문체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독자에게 다가서는 인문학적 글쓰기를 지향한다. 이런 글쓰기는 소설, 산문, 비평 등 다양한 형태의 문학 장르를 차용한다.
책에 언급된 다른 사회학자의 저서에 대한 평가가 이례적이고 흥미롭다. 정 씨는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사회학의 공공성을 살리는 데 글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라고 평가한다. 역사와 허구, 자서전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의 ‘침묵으로 지은 집’은 ‘사회학적 소설’로 정의한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인민의 탄생’ ‘시민의 탄생’은 한국 근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묵직한 역사사회학 책으로 꼽았다.
정 씨는 “‘기적을 이룬 나라, 하지만 기쁨을 잃은 나라’가 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사회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살률 세계 1위, 급속한 고령화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에 어떤 고통이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사회학자의 임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