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으로 제조해야 부드럽고 잘 굳지 않아 … 열 많은 체질은 피해야
과거 약식(藥食)은 왕을 비롯해 상류층이 즐기는 음식이었다. 찹쌀, 밤, 대추, 잣 등과 함께 평소 구하기 힘든 참기름·꿀·간장을 이용했기 때문에 대보름날이나 잔칫날이 아니면 서민들은 약식을 먹기 어려웠다.
약식은 본래 평소 신세를 진 사람들과 나눠 먹는 보은(報恩) 음식이었다. 약식의 유래는 고려시대 후기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 사금갑조’(射琴匣條)에 나와 있다. 신라 소지왕 10년(488년) 정월 15일 왕이 절에 가던 중 까마귀가 봉서(封書)를 줘 열어보니 ‘금갑(琴匣, 거문고 상자)에 활을 쏴 두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을 살리는 것이 낫다고 왕이 시행하지 않자 내시가 ‘두사람은 백성이요 한사람은 필시 임금님을 의미하오니 봉서대로 하시라’고 간청해 금갑에 활을 쐈더니 그날 밤 모반하려던 신하와 궁녀가 죽고 왕의 목숨을 건졌다. 이에 왕은 까마귀에게 보은하기 위해 까마귀 털빛의 약식을 만들어 까마귀에게 대접했다. 이 시기부터 정월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도 부르고 약식을 해 먹는 풍습이 생겼다.
1809년 지어진 ‘규합총서’에는 비교적 상세하게 약식 제조법이 서술돼 있다. 이 책에는 ‘좋은 찹쌀 두 되를 백세(白洗)해 하루 정도 불려 시루에 쪄서 식힌 뒤 황률을 많이 넣고 백청(물엿) 한 탕기, 참기름 한 보시기, 간장 반 종지, 대추 한 탕기 등을 버무려 시루에 담아 찌면 약식이 완성된다’고 적혀져 있다.
약식은 중국에서도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1611년 허균이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중국인들은 약반을 좋아한다. 그들은 이것을 배워 만들고 고려반(高麗飯)으로 부른다’고 적혀져 있다. 1819년 김매순이 지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중국에 건너간 조선 사신들이 중국인에게 약식을 만들어 나눠주면 귀인들이 그 맛을 보고 반색하며 매우 좋아했다’는 내용이 있다.
약식의 주재료인 찹쌀은 위를 편하게 해주고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다. 따라서 위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에게는 멥쌀 대신 찹쌀을 추천한다. 멥살과 찹쌀은 ‘아밀로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 함량에 따라 구분된다. 찹쌀은 대부분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돼 있다. 따뜻한 성질로 열이 많은 체질에는 좋지 않다. 멥쌀보다 끈기가 많고 한의학적으로 비위 등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며 기운을 북돋는 효능을 한다.
대추는 혈액순환 촉진 및 신경안정에 효과적이며 폐와 기관지에 영향을 줘 기침을 멎도록 한다. 특히 체내에 들어오면 비타민A로 활성화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는데 좋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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