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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총선용 經風공작” 野발언 책임질 수 있나

입력 | 2015-12-23 00:00:00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어제 “과거 독재정권이 안보불안 심리를 악용하는 ‘북풍(北風)’ 공작을 펼쳤다면 박근혜 정권은 경제 불안 심리를 조작하는 ‘경풍(經風)’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이용하기 위해 거짓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그런데 국민이 병신인가, 국민이 바보인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이 속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실은 야당이 대통령의 위기의식에 공감할 수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 원내대표가 “‘초이노믹스’ 실패에 따른 제조업 침체,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버블 등 경제위기를 야당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경제가 위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는 뜻이어서 앞뒤가 안 맞는다. 즉, 경제는 위기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잘못된 경제 정책 때문이지, 야당과는 관련이 없다는 강변이다.

국정이든 경제든 최종 책임이 정부 여당에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면 여야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에 힘써야 옳다.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5개법 등 쟁점 법안 논의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와 5개 국회 상임위 간사를 소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당초 합의됐던 일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참했다. 실제로는 한두 명의 강경파 의원이 경제활성화법은 의료 민영화와 재벌 특혜를 위한 것, 노동개혁 5개법은 비정규직 양산을 위한 것이라며 상임위 논의조차 막는 당내 속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새정치연합 주류 측의 이목희 신임 정책위의장은 어제 “원내지도부가 새누리당과 협상을 잘못했다”면서 여당의 중점 법안과 맞바꿀 야당의 연계 법안을 추가할 의도까지 내비쳤다. 야당 지도부 간에도 불협화음이 빚어지니 갈수록 태산이다. “국민이 병신인가, 바보인가”라는 표현의 적절성은 제쳐두더라도, 국민은 국가와 민생을 위해 필요한 핵심 법안들이 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병신도, 바보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 원내대표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