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년 리더]<16>카드추천 서비스 ‘레이니스트’ 김태훈 대표
18일 서울 강남구 레이니스트 사무실에서 김태훈 대표가 카드 추천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소개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선두주자인 김 대표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보니 사진 찍는 게 제일 어렵다”며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은행 영업점에 가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은행에서 추천하는 몇 종류의 카드가 전부예요. 팸플릿을 뒤져봐도 나에게 딱 맞는 카드를 고르기는 쉽지 않죠.” 뱅크샐러드는 최근 핀테크(FinTech) 열풍과 함께 떠오른 신생 벤처기업 ‘레이니스트’가 내놓은 카드 추천 서비스다.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레이니스트 사무실에서 김태훈 대표(30)를 만났다. 그는 “금융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권하는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금융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 홈페이지(www.banksalad.com)에 접속해 한 달 평균 교통비나 이동통신 요금, 외식비 등 소비 패턴을 입력하면 적합한 카드를 추천해 준다. 국내 카드사들의 모든 카드 상품 혜택을 규격화해 실제 해당 카드를 사용할 때 아낄 수 있는 금액까지 예상해볼 수 있다. 이달부터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앱을 깔면 자동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로 오는 결제명세 문자메시지(SMS)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가장 잘 맞는 카드를 찾아준다.
“그런데 사실 호떡으로 돈을 번 게 아니에요. 왜 호떡집에 불이 나는지 아세요?” 김 대표는 경영학 수업에서 배운 회전율에 따른 원가의 개념을 호떡을 튀기며 깨달았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호떡으로 손님을 유인한 뒤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바로 팔 수 있는 어묵을 끼워 팔았다.
그는 “창업이 목표든, 회사원이 목표든 자기만의 사업을 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의적으로 일하려면 어떤 과정으로 일이 이뤄지는지 전체 맥락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사를 하면서 했던 실수와 고민은 모두 소중한 자산이 됐다. “호떡 장사를 하면서 투자한 돈이 500만 원 정도예요.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 원인데, 이 돈 다 날려도 좋은 수업 들은 셈이니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시즌이면 친구들과 함께 꽃다발 장사도 했다. 그의 강의실은 학교 밖에 있었다.
2012년 6월 레이니스트라는 이름으로 벤처를 시작했다. 장사하며 땀깨나 흘려본 그이지만 창업은 어려운 길이었다. 사업을 준비하는 2년 반 동안 돈을 까먹기만 했다. 직원들에게는 월급 40만 원밖에 주지 못하는 못난 사장이었다. 하지만 뚝심을 갖고 버텼다. 아무리 큰 기업도 따라잡을 수 없도록 차근차근 전문성을 쌓아 나갔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금융 서비스인 만큼 보안성에도 공을 들였다.
마침내 시장에서 반응을 보였다. 올해 코스콤에서 주최한 2015 핀테크 챌린지에서 사업부문 대상을 받았고, 옐로금융그룹(YFG)으로부터 19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국내 은행들과 카드사들은 서른 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려 줄을 섰다. 내년 1월 중순에는 연말정산 코칭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연중 내내 연말정산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한 받으려면 체크카드를 언제 써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카드뿐 아니라 은행의 예·적금, 수시 입출금 상품 등 금융상품 전체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치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유권자별 성향에 따른 일종의 맞춤형 정치인 추천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