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맹목적 이윤 추구를 옹호하던 시대가 지나고 윤리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앞다퉈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윤리경영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안 되거나 심지어 방해가 된다는 인식도 만만찮다. 그 결과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될 뿐, 기업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이어지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윤리경영과 효율성은 반비례하는 걸까.
핀란드 이위베스퀼레대 연구진은 기업의 윤리문화가 혁신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핀란드의 공기업과 사기업 세 곳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총 1395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그중 719명에게서 답변을 받았다. 기업의 윤리문화는 △윤리적 행위에 대한 정의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분명한가 △상사나 중간관리자가 윤리적 측면에서 얼마나 모범이 되는가 △윤리와 관련된 문제를 얼마나 터놓고 상의할 수 있는가 △비윤리적 행위를 했을 때 얼마나 분명한 처벌을 받는가 등 8개 항목으로 측정했다. 또 기업의 혁신성은 △제품 혁신성 △시장 혁신성 △절차 혁신성 △행위 혁신성 △전략 혁신성 등 5개 항목으로 측정됐다.
분석 결과,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윤리문화를 높게 평가할수록 조직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상사나 중간관리자가 얼마나 모범이 되느냐가 조직 혁신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기업 경영에 대한 윤리의식이 투철한 리더를 고용하고 양성하는 것이 기업의 혁신성과 그에 따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수경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sookyungkim@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