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켜요 착한운전]4차로로 확장 개통 전구간 달려보니
22일 개통한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는 전 구간이 왕복 4차로로 확장되고 중앙분리대가 설치됐다. 사진은 양쪽 차로를 분리하고 터널 앞 도로에 폭 6∼7m의 사고 완충지대를 만든 성산 1터널 앞.
1984년 완공된 88고속도로를 일컫는 표현이다. 명색이 고속도로인데 왕복 2차로에 중앙분리대도 없어 유달리 대형 교통사고가 잦았던 탓이다. ‘죽음의 도로’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88고속도로가 22일 왕복 4차로로 확장 개통됐다. ‘광주∼대구고속도로’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4개였던 터널이 26개로, 118개였던 교량이 150개로 늘어나면서 구불구불했던 도로가 곧게 펴졌다. 덕분에 전 구간 길이도 182km에서 172km로 짧아지고 운행시간도 1시간 40분대로 30분가량 단축됐다.
전 구간 확장과 중앙분리대 설치로 과거 88고속도로의 고질병이었던 중앙선 침범 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구간이 직선화되면서 과속에 따른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개통에 앞서 직접 현장을 달려 보니 벌써부터 상향된 제한속도인 시속 100km를 초과해 달리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광주 방향 경북 고령 나들목∼가조 나들목 구간은 도로 밖이 수십 m 높이의 낭떠러지인데 철제 가드레일만 설치돼 있었다. 비슷한 다른 구간의 경우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 바깥쪽에도 콘크리트 차단벽이 설치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휴게소도 완공되지 않았다. 광주 방향 두 번째 휴게소인 거창휴게소를 지나면 60km 넘게 달려야 지리산휴게소가 나타난다. 신설 예정이었던 함양휴게소와 남원휴게소는 빨라야 2018년 문을 연다.
경남 합천군 야로면 정대리에 건설된 야로대교는 높이가 121.7m로 국내 교량 가운데 가장 높다. 이곳을 지날 때는 마치 공중에서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합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8고속도로가 22일 광주∼대구고속도로로 확장 개통되면서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불명예를 물려받게 될 도로로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꼽힌다. 경기 양평과 경남 창원을 잇는 중부내륙고속도로는 150km 이상 장거리 노선 가운데 88고속도로를 제외하고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다. 사망자(2012∼2014년)도 경부고속도로(179명), 서해안고속도로(82명)에 이어 영동고속도로(70명)와 함께 세 번째로 많다. 같은 기간 전체 고속도로 사망자가 26.2% 줄어든 반면 중부내륙고속도로는 2012년 23명에서 지난해 26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전체 도로의 30%를 차지하는 교량 구간을 지날 때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일반 노면은 지열 때문에 잘 얼지 않는다. 하지만 상판 위아래로 찬바람이 부는 교량은 서리나 밤이슬이 그대로 얼어붙는 일이 많다. 고속도로순찰대 3지구대 박재현 경위는 “교량 위는 도로가 미끄러운 데다 강풍까지 불어 굽은 길을 달릴 때는 속도를 반드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지대 특성상 안개도 잦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는 시정 250m 이하의 짙은 안개가 연간 30일 이상 지속되거나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안개위험구간이 창녕낙동강교, 남지교 등 3곳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또 다른 복병은 화물차다. 수도권과 영남권을 경부고속도로보다 빨리 오갈 수 있어 화물차 운행이 다른 고속도로보다 50%가량 많은 곳이다. 최근 3년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의 60%(42명)가 화물차 사고로 숨졌다. 올해 10월 상주터널 안에서는 화물차가 넘어지면서 싣고 가던 시너통이 폭발해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했다. 한국도로공사 김동국 사고분석차장은 “일반 운전자들도 과속이나 차로 위반 화물차에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사고 예방을 위해 졸음쉼터와 과속단속 카메라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남원=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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