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정치부 차장
9월 초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이 내년 20대 총선에 관해 사석에서 한 얘기다. 야당이 분열돼 표가 분산되면 접전지역인 수도권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손 전 고문을 중심으로 야당이 통합된다면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거였다.
여당이 희망한 대로 야당은 분열됐다. 탈당한 안철수 의원의 신당에 참여하기 위해 호남 의원 4명이 탈당했다. 천정배, 박주선 의원은 별도의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의 주류-비주류 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비박(비박근혜)계 재선인 김성태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에서 “안 의원이 탈당했다고 안이한 시각을 가진다면 결코 수도권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반 의석 붕괴 가능성까지 우려했다. 같은 날 김무성 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180석 이상을 얻어야 하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주장한 것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
야권의 분열이 여당에 호재(好材)라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당이 이런 호재를 소화할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왔다는 점이다.
여당이 총선을 겨냥해 내놓았던 대표적 ‘혁신 상품’이었던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진즉에 물 건너갔다. 이후 석 달이 넘도록 공천 룰을 정할 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그사이 우선추천지역, 결선투표제,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비율 등을 놓고 계파 간에 알력만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으로 실질적인 공천 작업이 진행되면 얼마나 더 큰 파열음이 나올지 우려된다.
노동개혁 관련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이른바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둘러싼 여여(與與) 갈등도 국민의 눈에 거슬렸을 것이다. 21일 단행된 개각도 총선 출마자 정리용이라 별 감동을 주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자신의 실력으로 국민에게 높은 성적을 받으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누가 진짜 ‘진실한 사람’이고, 자기 계파 후보를 더 많이 공천할 수 있을지를 놓고 집안싸움만 한다면 야권 분열의 반사 이익도 더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