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가 마이크 앞에만 서면, SNS 자판에 손만 올리면 돌변한다. 아무래도 이종걸 막말의 ‘끝판왕’은 ‘박근혜 그년’ 사건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인상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하시는데 왜 저보고 ‘그년’ ‘저년’ 하셨어요?”라고 대놓고 무안을 주었을까. 그 자리에선 바로 사과했던 이종걸이 22일 또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국민이 병신이냐, 바보냐”고 막말했다. 그런데 이번 ‘국민 병신’ 발언은 단순한 막말 같지가 않다.
▷되도 않는 ‘민중총궐기’란 이름의 19일 3차 집회 때 ‘병신년 박근혜’란 구호가 등장했다. 지금 SNS에선 박 대통령과 새해를 조합한 ‘박근혜 병신년 지지율’ ‘박근혜 병신년 연하장’ 따위의 악성 조어들이 돌고 있다. ‘병신(病身)’은 ‘바보’라는 말과는 또 다르다. 장애인을 극도로 비하한 단어여서 정치인에겐 금기어나 마찬가지. 이종걸이 사실상 금기어를 입에 올린 걸 어떻게 봐야 할까. 벌써부터 새해의 60간지(干支) 이름인 ‘병신(丙申)년’이 각종 악성 저질 패러디에 쓰일 거란 우려가 나온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