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뉴욕타임스 놀래킨 오바마의 독자투고’
‘졌지만 빛난 정현…세계를 놀래키다’
사전은 ‘놀래키다’를 ‘놀래다’의 충청 방언이라고 설명한다. ‘놀라다’의 사동사로 ‘놀래다’만을 인정하고 있다. 과연 설득력이 있나.
사람들은 표준어인 ‘놀래다’는 거의 쓰지 않는다. 그 대신 ‘놀라다’에 사동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이키’가 붙은 ‘놀래키다’를 쓴다.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그를 놀랬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긴 있을까. 열이면 열 모두 “놀래켰다”고 할 것이다.
놀래키다는 우리말 조어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지난 일을 생각하거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다는 뜻의 ‘돌이키다’는 ‘돌다’의 어간 뒤에 ‘이키’가 붙은 말이다. 돌이키다는 표준어인데 놀래키다가 표준어가 안 될 이유가 없다. 아 참, 놀래다를 ‘놀라게 하다’로 늘려 쓰는 건 괜찮다. “사람 왜 이렇게 놀라게 해요”처럼.
필자는 본란에서 마실과 잎새는 서둘러 표준어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쁘다’도 오랫동안 ‘예쁘다’의 틀린 표현으로 묶여 있었지만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해왔기에 표준어가 됐다. 이쁘다가 표준어가 된 덕분에 ‘이쁘장하다’ ‘이쁘장스럽다’ ‘이쁘디이쁘다’ 등 말맛 좋은 관련 낱말들도 앞으로는 당당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