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통합 3연패를 이끈 위성우 감독은 정상에 있는 지금이 더 불안하다고 했다. 올 시즌 위 감독은 지도자를 시작할 때부터 썼던 작전과 기록 관련 메모를 다시 보며 초심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위 감독이 고민이 많다’는 얘기가 구단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위 감독 스스로도 “지난 시즌보다 불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위 감독은 부임 이후 만년 꼴찌라는 패배주의에 젖었던 선수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 덕분에 선수들은 이기는 방법에 익숙해졌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의 경쟁력은 오랜 시간 호흡을 통한 익숙함이었다. 감독의 의중을 빨리 읽은 선수들은 알아서 자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 익숙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위 감독의 가장 큰 걱정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늘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량을 끌어올리려는 절박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위 감독의 진단이다. 위 감독은 “사람이나 팀은 항상 정상에서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같아서는 익숙함이 무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위 감독의 밀당 상대가 된 선수는 주전 가드 박혜진이었다. 박혜진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8분 31초를 뛰고 있다. 당연히 박혜진의 체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위 감독은 박혜진의 출전 시간을 줄여 주지 않고 있다. 위 감독은 “박혜진에게 2, 3분 정도 출전 시간을 줄여 주는 건 의미 없다고 본다”며 “선수로 중요한 이 시기를 넘지 못하고는 성장할 수 없다고 얘기했더니 박혜진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밀당을 위해 위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초라했던 현역 시절 얘기도 자주 해주고 있다. 그는 “고교 1학년 때 왼쪽 팔, 다리가 완전히 마비되는 반신불수가 됐다가 가까스로 회복한 이후로 난 운동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며 “선수들에게 공이 무서워 피해 다녔던 과거 나의 ‘거울’을 넘어서 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