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어교육도시 성과]<上>유학수지 적자 개선
정부가 유학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조성한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조기유학 수요를 흡수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국제학교 NLCS의 전경. JDC 제공
조기 유학이 줄어든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조기 유학 못지않은 교육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정부가 유학 및 어학연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만든 제주영어교육도시가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 8년차에 접어든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성과를 3회에 걸쳐 돌아본다. 》
제주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이르면 380만m² 규모의 거대한 영어교육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부가 ‘기러기 아빠’ 등 조기 유학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유학수지 적자를 개선하고자 2008년부터 조성한 글로벌 교육 단지다.
이 학교들은 기존의 외국인 학교나 외국 교육기관과 달리 내국인의 입학 비율 제한이 없고, 해외 체류 자격이 없어도 입학할 수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있고, 한국과 외국의 학력(NLCS는 영국, KIS는 미국, BHA는 캐나다)이 동시에 인정돼 국내외 학교 어디로든 쉽게 전학 및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학교마다 기숙사와 체육관, 공연장 등 부대시설도 뛰어나다.
지난해 처음으로 고교 교육과정 졸업생을 배출한 NLCS와 올해 졸업생을 낸 BHA는 대학 진학 실적도 화려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예일대 코넬대, 영국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캐나다 UBC 등 명문 대학에 대거 합격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 국내 상위권 대학에도 진학했다.
영어교육도시에는 현재 공동 및 단독주택 1300여 가구가 들어서 4000여 명이 살고 있다. 각 학교마다 외국인 교사가 100명 정도 있고,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자녀와 함께 영어교육도시로 이주한 이도 많다. 상가와 식당 등 상업시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단지 안에 영어와 한국어로 서비스가 이뤄지는 행정지원센터, 119센터, 영어교육센터 같은 공공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있는 국제학교들은 자연스럽게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2011년 805명으로 출발한 학생 수는 올해 24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국제학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5%가 “제주국제학교가 없었다면 조기 유학을 갔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1인당 조기 유학에 드는 비용이 연 평균 7000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제주국제학교 학생 45%가 조기 유학을 가지 않음으로써 최근 5년간 2587억 원의 외화가 절감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