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47>역할도 분담 “모두가 즐겁게”
하 씨의 시어머니 원옥자 씨(56)는 맏며느리였다. 명절 음식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가족끼리 얼굴을 붉힐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택한 방법이 철저한 역할 분담이었다. 원 씨는 “명절 때 모든 가족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내린 결정이었다”며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대화도 더 많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제사 음식을 주문하거나 온라인 제사를 지내는 가족, 명절을 휴가처럼 즐기는 가족이 늘고 있다.
한필석 씨(58) 가족은 올 추석 형제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명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제사를 지낸 뒤 한두 시간 머물다 뿔뿔이 흩어지기 바빴다. 대화할 시간도 점차 줄었다.
“맞는 결정이었는지 요즘도 고민하죠. 하지만 생전에 어머니께서 늘 강조하신 게 형제애였거든요. 차례 지내고 돌아가기 바쁜 명절보다는 남은 형제끼리 한마디라도 더 나누는 게 명절을 더 잘 보내는 것 아닌가요?”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