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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힘든 명절? 이번엔 가족여행 어떨까요

입력 | 2015-12-25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47>역할도 분담 “모두가 즐겁게”




올 추석이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이었던 하지혜 씨(26)는 시댁에 가면서 걱정이 앞섰다. 4남 1녀 대가족에 시집온 탓이었다. 하지만 시댁에 도착했을 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시어머니의 ‘진두지휘’ 아래 일가족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잡채를 버무리고 시아주버니는 전을 뒤집고 있었다. 사촌 시동생은 꼬치 담당이었다. 모두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설거지 담당도 따로 있었다.

하 씨의 시어머니 원옥자 씨(56)는 맏며느리였다. 명절 음식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가족끼리 얼굴을 붉힐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택한 방법이 철저한 역할 분담이었다. 원 씨는 “명절 때 모든 가족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내린 결정이었다”며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대화도 더 많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아니라도 제사 음식을 주문하거나 온라인 제사를 지내는 가족, 명절을 휴가처럼 즐기는 가족이 늘고 있다.

3형제 중 장남인 이수용 씨(57)는 오랜 고민 끝에 1년에 세 번씩 지내던 제사를 한 번으로 줄이고, 내년 추석 때 동생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다. 30년 동안 단 한번도 제사를 거르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멀리 사는 두 동생이 명절 때마다 힘들게 고향까지 내려와 잠깐 머물다 가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조상님을 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족의 행복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필석 씨(58) 가족은 올 추석 형제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명절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제사를 지낸 뒤 한두 시간 머물다 뿔뿔이 흩어지기 바빴다. 대화할 시간도 점차 줄었다.

“맞는 결정이었는지 요즘도 고민하죠. 하지만 생전에 어머니께서 늘 강조하신 게 형제애였거든요. 차례 지내고 돌아가기 바쁜 명절보다는 남은 형제끼리 한마디라도 더 나누는 게 명절을 더 잘 보내는 것 아닌가요?”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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