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이쯤 되니 예산 갈등은 단순한 ‘쩐의 전쟁’의 차원을 넘어서는 형국이다. 선거를 겨냥해 자신만의 업적을 각인시키기 위한 위정자들의 정치적 플랜이 국민 복지를 볼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과 의구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권의 주요 대권 주자인 박 시장에겐 대표 브랜드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청년 실업 문제가 시대적 과제로 대두된 지금 청년수당은 박 시장에겐 청년 표심을 공략할 대단히 매력적인 카드임에 틀림없다.
무상보육 갈등도 비슷한 정치적 프레임이 투영돼 있다. 무상보육 0∼5세 전면 확대는 사실 박 대통령의 작품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직장인과 전업주부에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반대를 물리치고 전면 확대를 강행했다.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여야의 명운을 건 대권 싸움 앞에선 이견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약속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자체에 예산 부담을 지우더라도 전면 무상보육 기조를 깨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박 시장은 이런 누리과정 예산의 문제점과 갈등을 박근혜표 복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듯한 인상이다. 국민 복지가 정치공학에 의해 춤추고 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사실 복지 개혁을 가장 혹독하게 진행한 나라다. 1990년대 경제 침체 이후 실업급여 등 현금 복지를 하향 조정하고, 대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서비스 복지는 유지했다. 당시 사민당을 필두로 한 좌파 진영도 개혁에 동참해 현 스웨덴 복지의 근간을 세웠다.
반면 정권 교체 때마다 새 복지를 누더기처럼 확대했던 그리스는 결국 재정위기에 빠져 나라가 거덜 났다. 지금도 이익단체와 정파적 이익에 갇힌 정치인들 사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