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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 10명중 4명꼴 기부 실천

입력 | 2015-12-26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오셨네




쌀은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기부 물품이다. 많은 기부자가 공공기관 등에 쌀 과일 등을 보내거나 구세군 자선냄비에 돈을 넣는 방식으로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주식회사 코렌스 조용국 대표(58)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모교인 경남 사천 용현초등학교에 5000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이 학교 45회 졸업생인 그는 “후배들의 학습의욕을 자극하고 창의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기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창곤 용현초등학교장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각종 평가에서 입상한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풀뿌리’ 기부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통계청이 2010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40.9%가 사회복지단체 등에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2.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베이비붐 세대란 6·25전쟁 직후 출산율이 급등했던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현재 52∼60세가 되는 연령층을 말한다. 어려운 환경을 교육과 근면의 힘으로 버텨 경제성장을 이룩한 세대다.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이들은 교육에 대한 한이 맺혀 있다. 통계청 조사 대상자의 64.2%가 스스로 “가난 때문에 원하는 만큼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도 베이비붐 세대의 기부 총량이 다른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비영리기관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 컨설팅 기업 블랙보드(Blackbaud)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총기부액 중 43%를 베이비붐 세대가 내고 있었다. 여유가 없는 20∼40대나 은퇴자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사정이 더 나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핍과 풍요를 경험해 본 베이비붐 세대이기에 오히려 기부에 더 열성적일지도 모른다. 다만,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가난하지만 돈이 없는 청소년들의 교육사다리 만들기에 집중했다면, 미국 베이비붐 세대는 참전 군인 등의 복지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문화는 유산처럼 전해진다. 윗세대가 나눔을 실천할수록 아랫세대도 문화로 만들 것이다. 아버지의 기부를 보고, 자녀도 나누는 것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경남 양산시 서창동에서 자원재활용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성용근 대표(38). 성 대표는 10명의 양산지역 고교생 10명에게 월 10만 원씩 연간 1200만 원의 장학금을 서창동주민센터에 내고 있다. 성 대표의 기부는 지난 추석 직전 고인이 된 아버지 성영수 씨가 2009년 ‘씨앗’을 뿌리며 시작됐다. 아버지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뒤 고물상을 해 돈을 벌었다. “나는 못 배웠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은 돈 걱정 안 하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며 100만 원, 500만 원씩 틈만 나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했다. 아들도 아버지의 그 뜻을 계속 잇고 있다. 서창동주민센터 행정민원담당인 태귀영 씨는 “아버지처럼 아들도 좀처럼 나서기를 싫어해 2013년 연말에는 센터 송년다과회 자리에 일부러 초청해 고마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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