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전주 이전 앞두고 껍데기만 옮기려는 의도 아니냐” 전북도민-정치권 강력 반발
5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다시 추진되자 전북도민과 정치권이 “내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 예정인 기금운용본부 주 사무소를 서울에 두고 전북에는 껍데기만 옮기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전문적 운용과 관리를 위하여 1999년 설치됐고 올해 5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을 따라 내년 하반기에 전주로 옮겨오기 위해 건물을 신축 중이다.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을 앞두고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다시 공사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연금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용역 발표를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도 “기금운용본부를 총리실 소속으로 공사화해서 서울에 주 사무실을 설치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속해 있으면 투자 인사 예산 등 독립된 의사 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성과 독립성 보장을 통한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공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갈등 끝에 퇴직한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태도 이같은 맥락에서 벌어졌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금운용본부 독립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도 추진됐다. 국민연금의 전문성을 강화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산으로 위험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기보다 안정성 위주의 보수적 운용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무산됐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위해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규정한 새누리당 정희수 김재원 박윤옥 의원 안과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 안이 제출돼 있다.
김성주 의원은 공단 산하에 기금운용본부를 두는 현 체제를 유지하되 기금본부장을 부이사장으로 승격시키고 그 아래에 상임이사 2명을 두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전북도와 도의회 등은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공단 산하기관 형태의 공공기관이 아닌 공사로 전환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제외될 수 있고 전북에는 ‘빈껍데기’만 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북도는 세계 4대 기금의 하나인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내년 하반기 전북혁신도시에 둥지를 틀면 전북이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보고 내년에 기금운용본부 옆에 금융타운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김광수 전북도의회 의장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추진은 전북혁신도시 입주가 예정됐던 한국토지공사가 주택공사와 통합되면서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한 데 이은 또 하나의 편파적 지역차별”이라며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막으려는 정치적 악의적 의도가 있는 공사화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