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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아직 못 끊으셨나요]“폐암 하나 주세요”… 위협적 금연광고가 가장 효과적

입력 | 2015-12-28 03:00:00

한국건강증진개발원 531명 조사, 광고 이해-관심도 80% 넘어
본보 금연 캠페인 새해에도 계속




보건복지부가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TV 금연 광고의 한 장면. 담배 구매를 폐암, 후두암, 뇌중풍 등의 질병을 사는 것처럼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편의점에 들어온 손님이 담배를 달라며 주인에게 말한다. “폐암 하나 주세요.” “후두암 1mg 주세요.” “뇌졸중 2개 주세요.”

이는 보건복지부가 제작해 지난달부터 방영 중인 TV 금연 광고(이하 ‘병 주세요 광고’)의 일부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흡연한다고 해서 모두 해당 질병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이처럼 표현하는 건 지나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는 3일 이 금연 광고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고,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1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광고의 부당, 허위, 과대 여부를 심의해 달라는 의견서를 방통위에 접수시켰다.

하지만 금연정책 전문가들은 이처럼 위협을 주는 금연 광고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만 19∼59세 성인 531명을 대상으로 ‘병 주세요 광고’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이 75∼80%로 나타났다. 특히 광고에 대한 이해(81.7%) 및 관심도(80.0%), 실감(75.7%), 설득력(75.9%) 등의 항목이 높게 나타났다. 담배에 대한 두려움(76.5%)과 공포(75.7%)를 불러일으킨다는 답변도 많았다. 반면 올해 8월부터 복지부가 방영했던 TV 금연 광고(흡연하는 순간 뇌와 폐가 받는 고통을 발레로 표현)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가 65∼70% 수준이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내용은 더 자극적이면서 효과도 좋았다. 현재 미국에서 방영 중인 TV 금연 광고는 흡연으로 인해 다리를 잃고 목에 구멍을 뚫어 숨 쉬는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일반인이 등장해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내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흡연이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렸다. 2012년 이 광고를 12주간 송출한 이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금연상담전화 이용 건수가 2배 증가했고, 금연 웹사이트 접속 횟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호주에서 방영된 TV 금연 광고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자 담배에서 종양이 자라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 광고는 호주 내 설문조사에서 92%의 인지도를 보였고, 유튜브에서 40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광고를 본 사람 중 66%는 “이 광고를 통해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것도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 주세요 광고’가 논란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반응이 실제 흡연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연캠프 등 정부가 진행하는 금연 서비스에 대한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병 주세요 광고’는 2016년 초까지 방영될 예정이다.

동아일보는 2015년 ‘담배, 아직 못 끊었나요?’ 시리즈를 통해 담배의 위해성은 물론 각종 신종 담배 및 2, 3차 흡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효과적인 금연정책에 대한 제언 등을 담았다. 2016년에도 이 시리즈는 계속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등 간접흡연의 취약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