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野 주도권 경쟁]安 “낡은 진보-수구 보수 극복”… 신당 기조 발표

“3040이 정치 중심돼야” 무소속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합리적 개혁노선’을 표방한 신당 기조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무소속 문병호 의원(안 의원 왼쪽)과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7일 “30, 40대 우리 사회의 허리가 정치의 생산자가 돼야 한다”며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 노선’을 정치의 중심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설(2월 8일) 전에 모습을 드러낼 신당의 청사진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을 각각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로 규정하고 ‘중도 개혁’의 깃발을 들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는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양당 구조를 깨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안 의원 측에는 박선숙 전 의원 등이 물밑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성식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지난해 창당 작업을 도왔던 인사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했다. 다만 신당 합류보다는 지지와 후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태규 실무준비단장은 새정치연합에서 장 교수 영입 추진설이 나온 것을 두고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 측은 충청 출신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도 접촉했다. 정 전 총리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 창당 실무준비단은 28일부터 서울 마포 일신빌딩에서 본격적인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준비단은 기획, 총무, 조직, 정책, 직능, 공보 등 분야별 팀을 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강정책, 당헌당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명은 국민 공모를 거쳐 내년 1월 초 확정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은 27일 문재인 대표에게 “공천권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추가 영입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초 안 의원을 겨냥해 ‘영입 0순위’로 거론됐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은 무산되는 분위기다. 장 교수는 완곡한 거절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표와의 면담 자체를 고사했다고 한다.
당명 개정 작업을 진행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내가 전율을 느낀 당명은 ‘민주소나무당’”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3월 합당한 새정치연합 명칭을 지우며 ‘안철수와의 결별’을 공식화한 셈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각자도생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 탈당에 이어 분당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권 중진 모임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전날 문 대표를 향해 “당이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꽃가마 타고 (대표직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김한길 의원 측은 이날도 “문 대표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 기자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