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회의서 발상 전환 강조… “법리에만 얽매여선 신뢰 못 얻어”
#2. 일본 아오모리 지방에 태풍이 몰아쳐 일대 농장의 사과가 대부분 땅에 떨어졌다. 농민들은 절망에 빠졌지만 한 농민은 생각을 달리 했다. 태풍에도 나무에 붙어 있던 사과를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고 이름 붙여 수험생에게 팔아 대박을 냈다.
김수남 검찰총장(56·사진)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일선 지검장 등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을 한데 모아 혁신을 당부하며 든 두 가지 사례다. 검찰 수장(首長)이 경영학 수업에 등장할 법한 혁신 사례를 들며 “검찰 개혁 전도사가 돼 달라”고 당부한 데엔 그만큼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강한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김 총장은 국민이 진정 중요하게 여기는 수사는 사기·횡령, 교통범죄, 폭행 등 실생활에 밀접한 민생침해 범죄라며 이에 대한 명확한 처리 기준을 정립하고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구형을 해야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를 저지른 범인에 대해 ‘범행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가 측정되지 않아 음주운전이라 보기 어렵다’는 식처럼 법리에만 얽매여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6월 대검 차장으로 재직하며 보이스피싱 사범에 대해 구형을 대폭 강화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 관철했을 만큼 평소 국민에게 실질적 피해를 주는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