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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도 매너있게”

입력 | 2015-12-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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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주제 ‘이제는 실천’]<248>비흡연자 배려




회사원 강현수 씨(42)는 담배를 피울 때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을 정해 10년 넘게 실천해왔다. 첫 번째는 금연구역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 회식 때 동료가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강 씨는 “담배 피우고 오겠다”며 일부러 흡연구역을 찾아간다. 민망해서라도 동료가 자신을 따라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두 번째는 담뱃재와 꽁초를 쓰레기통에 제대로 버리는 것. 흡연이 끝나면 옷에 탈취제를 뿌리고, 손과 입 안을 깨끗이 씻어내는 일이 마지막이다. 강 씨는 “‘주변에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실천하게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강 씨처럼 매너 있게 흡연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떳떳하게’ 흡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원칙을 정해 이를 실천하는 ‘매너 흡연자’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담배를 피워도 비흡연자에겐 큰 배려가 된다.

23일 오후 1시 반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앞 흡연실. 점심 식사 후 성인 남녀 14명이 이곳에서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숨쉬기 어렵고 옷에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흡연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려는 얌체 흡연자는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 가이드 왕모 씨(51)는 “관광객과 명동을 찾을 때면 길 한복판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괜히 부끄러워질 때가 많았다. ‘나라도 저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담배 피울 땐 꼭 흡연실을 찾는다”고 말했다.

흡연실이 ‘기피 장소’가 되지 않으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서울 중구는 흡연실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보통 하루 3번 쓰레기통과 환풍기 등을 점검한다. 중구 관계자는 “시설 관리뿐만 아니라 금연지도원들이 수시로 흡연실을 방문해 흡연자가 흡연실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지도한다”고 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최비오 정책부장(42)은 “기본적인 흡연 매너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흡연권’을 주장할 순 없다. 정해진 공간에서 매너 있게 담배를 피우는 것은 흡연자의 의무”라며 “흡연자,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게 쾌적한 흡연실을 지원해야 할 정부의 몫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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