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2%대 금리로 공격적 영업… 보험권 주택담보대출 1년새 4조↑ 2016년 은행권 여신심사 강화땐… 저축銀-상호금융 대출수요 더 늘듯 당국, 뒤늦게 리스크 관리 나서
최근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사이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은행 못지않은 저렴한 금리와 느슨한 대출심사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대출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은행권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내년 2월(지방은 5월) 본격 시행돼 대출심사가 깐깐해지면 서민들의 제2금융권 대출 이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리스크가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푸는 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의 주택담보대출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보험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살아난 부동산 매매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저금리 기조에서 마땅한 먹거리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은 저렴한 대출금리(12월 기준 생명보험사 최저금리 2.99%)와 중도상환수수료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무작위로 고객들에게 대출상담 전화를 거는 것은 기본이고, 대형 아파트 단지에 대출 안내 전단도 대량으로 뿌리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이윤이 쏠쏠하다 보니 보험사들이 올해 너나 할 것 없이 대출영업을 강화했다”며 “소득, 신용등급 등을 까다롭게 살피는 은행 대출을 피해 보험권으로 넘어온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내년 은행권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제2금융권 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 총부채상환비율(DTI) 또는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대출 등은 원칙적으로 최대 1년의 거치기간이 지나면 원리금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1년 이상의 거치기간을 두고 싶거나 대출한도를 꽉 채우고 싶은 대출 수요자 상당수가 은행을 떠나 제2금융권으로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새해에 아파트를 구입할 계획인 직장인 강모 씨(32)도 이런 이유로 은행 대신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는 쪽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에서는 1억 원을 10년 만기·분할상환방식으로 빌릴 경우, 연 3%라고 해도 매달 원리금으로 97만 원씩 갚아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당국도 이런 풍선효과의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은행과 유사한 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제도가 바뀌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출이 불어난 뒤에야 규제가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권은 가이드라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진 금융연구원 가계부채 연구센터장은 “금융당국이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더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