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프로야구는 풍성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삼성 이승엽(위)은 KBO리그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고, NC 에릭 테임즈(오른쪽 아래)는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를 해냈다. 두산 유네스키 마야(왼쪽 아래)는 KBO리그 통산 12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 2015 한국야구 ‘빛과 그림자’
2. 어떤 기록들이 탄생했나
한국야구는 2015년에도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한 국가대표팀은 11월 일본과 대만에서 펼쳐진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사상 첫 10개 구단 체제를 맞은 KBO리그는 역대 최다인 736만539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산 ‘V4’ 달성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이처럼 알찬 결실의 이면에는 어두운 일면도 도사렸다. 삼성 소속 선수들의 해외원정도박 파문과 kt 포수 장성우가 연루된 SNS 파문 등은 최근 양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KBO리그에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스포츠동아는 2015년 한국야구의 빛과 그림자를 KBO리그를 중심으로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테임즈, 40홈런-40도루·사이클링 2회
마야는 역대 12번째 ‘노히트노런’ 달성
삼성 선발 5명 10승·NC 규정타석 9명
2년 연속 50홈런 박병호는 삼진왕 오명
명(明)
● 에릭 테임즈의 40홈런-40도루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테임즈(NC)가 “40홈런-40도루에도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말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40홈런-40도루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테임즈는 10월 2일 문학 SK전 3회 도루를 성공하며 KBO리그 최초로 40홈런-40도루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는 역대 최초로 한 시즌 2번의 사이클링히트까지 작성하며 그야말로 리그를 지배했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도 그에게 돌아갔다.
● 박병호의 2년 연속 50홈런 및 한 시즌 최다타점
● 이승엽의 KBO리그 통산 400홈런
이승엽은 6월 3일 포항 롯데전에서 5-0으로 앞선 3회 2사 후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대졸 신인 구승민. 이승엽은 침착하게 공을 기다린 뒤 구승민의 2구째 직구를 통타해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전인미답의 KBO리그 통산 400홈런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최연소 300홈런, KBO리그 최다 352홈런에 이어 400홈런 고지까지 홀로 등정하며 ‘국민타자’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했다.
● 마야의 역대 12번째 노히트노런
역대 12번째 노히트노런이 나왔다. 두산 유네스키 마야는 4월 9일 잠실에서 넥센의 강타선을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은 채 무실점으로 완투했다. KBO리그 12번째이자, NC 찰리 쉬렉에 이은 2번째 외국인투수의 노히트노런이었다. 마야는 9회초 2사 2루서 마지막 타자 유한준을 처리한 뒤 포효하며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지만, 대기록 달성 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시즌 도중 방출됐다.
● 삼성, 한 시즌 선발투수 5명 10승 달성
삼성은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이 강한 이유는 흔들림 없는 마운드다. 특히 선발진이 탄탄하다. 올해도 KBO리그 최초로 5명의 선발투수가 10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윤성환(17승), 장원삼(10승), 알프레도 피가로(13승), 테일러 클로이드(11승), 차우찬(13승)이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면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NC는 한 시즌 9명의 타자가 모두 규정타석을 채운 KBO리그 최초의 팀이 됐다. 포수 김태군이 9월 25일 마산 LG전에서 2타석에 들어서며 베스트 9이 모두 규정타석(445타석·경기수×3.1)을 채우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올 시즌 역대 가장 많은 144경기를 치렀음에도 NC 타자들은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는 책임감을 보였다.
암(暗)
● 손시헌의 48연타석 무안타
NC 손시헌은 개막 이후 10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유지훤 현 두산 수석코치의 47연타석 무안타 기록을 경신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4월 11일 마산 SK전에서 시즌 첫 안타를 터트리며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끝내 시즌 타율은 원하는 만큼 회복하지 못했지만 팀 승리에 결정적 홈런을 치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 박병호, 홈런왕은 삼진왕?
박병호는 올해 홈런과 타점 1위에 올랐지만 삼진왕도 차지했다. 그는 올 시즌 총 140경기에서 161개의 삼진을 당하며 팀 동료 브래드 스나이더(135개·2위)를 제치고 삼진 1위에 올랐다. 홈런왕과 삼진왕은 운명이다. 홈런타자는 적극적으로 스윙한다. 그래야 홈런을 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삼진비율도 높아진다. 상대 투수들도 까다롭게 승부하기 때문에 삼진은 숙명처럼 따라온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