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앱, 반쪽의 성공” 평가
27일 오전 1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 식당에서 직장 송년회를 마친 직장인 윤재권 씨(31)는 도로에서 40분 넘게 택시를 잡다 포기하고 회사 노조 사무실에서 잠을 청했다. 윤 씨의 목적지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 택시비 1만3000원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윤 씨는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택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습니다’라는 답변만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등 콜택시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등장한 올해 연말도 택시 잡기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반쪽짜리 성공 ‘카카오택시’
정주환 카카오 비즈니스총괄 부사장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길거리에 택시가 이렇게 많은데 누가 귀찮게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느냐’란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지금은 ‘카카오택시 불러’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카카오택시가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단순히 택시기사와 승객을 앱으로 ‘연결’했다는 점만 놓고 보면 카카오택시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단거리 승차 거부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평가기준으로 놓고 보면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많다.
○ 시급한 서비스 개선
택시기사 서모 씨(59)는 카카오택시 승객이 많아졌다는 말에 휴대전화도 3G에서 LTE(롱텀에볼루션)로 바꿨다. LTE가 아니면 ‘콜’을 다른 택시에 뺏기게 되고 자연히 수입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LTE로 바꾼 서 씨의 수입은 늘었을까? 서 씨의 답변은 ‘아니요’다. 서 씨는 “카카오택시 콜이 쏟아지는 시간대는 도로에도 사람이 많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도로에서 얼마든지 승객 목적지에 따라 골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를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산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자평하는 카카오가 수익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단순히 연결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 승차 거부, 장거리 골라 태우기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측도 수익화 전략을 내놓기 전에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심야에 카카오택시를 잡는 게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모처럼 잡은 사업 기회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 내부에서는 그동안 확보한 시간대별 콜 요청과 택시 운행 데이터 등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콜 요청이 많은 지역에 빈 택시가 많이 이동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 같은 다양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