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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대 差… BMW-벤츠, 숨막힌 ‘수입차 왕좌’ 싸움

입력 | 2015-12-29 03:00:00


BMW가 10월 국내에 출시한 ‘7시리즈’. 공중의 손동작을 인식해 전자 장비를 작동시키는 ‘제스처 컨트롤’, 레이저라이트 등 첨단 기술로 무장했다. BMW코리아 제공

《 2015년은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20만 대를 돌파한 해다. 커진 시장만큼 주목받는 것은 수입차 업계의 1위 다툼이다. 수입차 업계의 맞수로 꼽히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쟁. 대형 세단의 인기를 등에 업은 메르세데스벤츠가 크게 성장하며 BMW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BMW의 판매량은 4만2653대로, 4만2044대인 메르세데스벤츠와 고작 609대 차이다. 이번 달 판매량이 합쳐져야 최종 수치가 나오겠지만 이대로라면 수입차 등록대수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까지는 2010년 연간 판매량이 683대 차이였던 것이 가장 근소했다. 당시 1위였던 BMW의 판매량이 1만6783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차이가 훨씬 작은 셈이다. 점유율은 올해 BMW가 19.43%로 메르세데스벤츠와 고작 0.28%포인트 차이. 참고로 지난해 두 브랜드의 판매량 차이는 4961대, 점유율로는 2.53%포인트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급 세단인 ‘S클래스’의 모습.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622대가 판매되면서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그간 메르세데스벤츠가 S클래스 등 대형 세단 위주로 인기를 끌어 ‘중후한’ 이미지였다면 BMW는 3시리즈와 5시리즈를 앞세워 좀 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며 메르세데스벤츠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고 동시에 유가가 크게 내려가면서 대형 세단이 인기를 끌자 수입 대형 세단의 터줏대감이랄 수 있는 ‘S클래스’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실제 벤츠는 총 판매량은 BMW에 뒤지지만 월간 판매량이 앞선 달은 BMW보다 더 많다.

10월 BMW가 기함급(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의 신모델을 내놓으며 S클래스 추격에 나섰지만 크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다. 7시리즈는 시장에 나온 10월에 269대, 지난달에 220대가 팔렸다. 9월에 구형 모델이 153대 팔린 것에 비하면 신차 효과를 논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다.

반면 S클래스는 경쟁 모델인 7시리즈가 나온 뒤에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초 월 1000대 넘게 팔리던 S클래스는(마이바흐 및 쿠페 모델 제외) 7시리즈가 출시되기 전 월간 판매량이 307대까지 떨어졌지만 출시 이후인 10월에 529대, 지난달 518대로 판매량이 뛰었다.

두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내년 초가 돼야 나올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올해까지는 BMW가 수성하는 데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BMW가 호락호락 1위를 뺏길 곳이 아니다”며 “이달 들어 1위를 지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과 영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모두 대거 신차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돼 경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MW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과 고성능 스포츠카 ‘M2’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대형 세단 분야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G클래스’를 앞세워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한편 폴크스바겐 사태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입차 전체 수입액이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3사의 수출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 월보에 따르면 승용 기준 수입차의 올해 수입 대수는 지난달까지 28만4172대, 수입액은 87억4288만 달러(약 10조1653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반면 지난달까지 이들 3사의 수출 대수는 59만5000여 대, 수출액은 76억1417만 달러(약 8조8530억 원)에 그쳤다. 수입차의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9% 늘었지만 이들 국내 3사의 수출액은 8.2% 줄어든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23만5000대, 내년은 25만5000대로 예상한 바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 50여 종의 완전 변경(풀체인지) 또는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