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협상 타결] 정대협 “국민 기대 저버린 외교담합”… 나눔의 집 “할머니들 의견 반영안돼” 일부 피해자 “애쓴 정부 따를 것”
TV로 결과 지켜보며 허탈 28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TV를 통해 한일 외교장관회담 결과를 지켜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광주=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8일 “피해자들과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비록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일본군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을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단을 설립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을 놓고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범죄의 가해자로서 책임 인정과 배상 등 후속 조치를 적극 이행해야 함에도 재단 설립으로 그 의무를 슬그머니 피해국 정부에 떠넘기고 손을 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과 비판을 자제하겠다는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정대협은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합의 발표 직후 정대협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용수 할머니(87)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생각하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오늘의 결과는 전부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측도 한일 정부를 비판하며 정대협 입장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정부가 과거에 밝혔던 것과 달리 할머니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결과물을 던져놓고 따라오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한일 양국의 정치적 야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89)는 “피해 할머니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기다렸는데 정부에 섭섭하다”며 “우리는 돈보다 명예를 회복해야 하고, 그래서 사죄와 배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할머니는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며 협상 결과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희남 할머니(89)는 “정부에서 기왕 나서서 올해 안에 해결하려고 애쓴 것을 생각해 정부에서 한 대로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