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협상 타결] 정치적 부담 피하려 합의문 작성 안해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합의”… 외교부, 협상 결과에 의미 부여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28일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타결된 내용에 ‘합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작 공동선언이나 합의문, 공동보도문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이는 위안부 문제 타결 해법을 합의문으로 적시했을 때 한일 양국이 국내적으로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을 피해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한국의 소녀상 해결 약속이 합의문 형태였다면 더 큰 파장이 빚어질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를 앞두고 윤 장관이 ‘창의적’이라고 평가한 것의 하나는 이런 세 가지 핵심을 발표하는 ‘형식’이었다고 정부 당국자는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부터 위안부 문제 ‘연내 해결’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다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4일 오후 아베 신조 총리가 기시다 외상의 방한을 전격 지시하고 이를 NHK가 보도하는 ‘깜짝 쇼’ 형태로 위안부 문제 협상의 고삐를 잡았다.
일본의 기시다 외상 방한 사실도 한국의 동의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되는 우여곡절 끝에 양국 외교장관은 공동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섰다. 양측은 국장급 협의와 별개로 이미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야치 국장 간 ‘핫라인’을 통해 해법에 대한 아웃라인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협상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 결과를 본 뒤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에 맞춰 이런 최적화된 합의를 이뤄낸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