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협상 타결] 아베와의 3년 기싸움 마침표
국기 앞에 깍듯한 日외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왼쪽)이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일장기와 태극기를 향해 예를 표하고 있다. 이날 협상에서 위안부 문제는 타결됐지만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 등은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3년 동안 엇나갔던 박 대통령-아베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보수 정치인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한 태도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가해자라는 입장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아베 총리는 한 달 뒤 “침략이라는 정의는 어느 측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맞불을 놓았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결자해지(結者解之)’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는 됐지만 과거사 해결은 되지 않았다”며 “한일 국교 50주년을 맞아 위안부 피해자 협상이 타결됐다는 데 상징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내년으로 넘어가면 4월 한국 총선,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고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미국 ‘보이지 않는 손’ 역할?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한일 정상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지난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 침해”라며 아베 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위안부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과거사 문제를 넘어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대일 관계 개선을 추진할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국 가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나 “이번 협상 결과가 성실하게 이행됨으로써 한일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시다 외상은 “한미일과 안보협력이 전진할 소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박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부 위안부 피해자와 야권에서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배상금 지급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를 관련 단체와 협의하기 시작하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 역시 한국,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계기는 마련했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 일본 내 극우 세력의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은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타결 직후 서울발 기사로 ‘기념비적 합의’라고 평가한 뒤 “이번 합의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두 동맹인 한일 양국 간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 기자 /워싱턴=이승헌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