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MMS 허용 추진
28일 방송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주 일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대상으로 지상파 방송사에 채널을 추가로 주는 지상파 다채널방송(MMS·Multi-Mode Service) 도입에 대해 의견을 듣는 회의를 열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내년 초 방통위 전체회의에 관련 법인 방송법 개정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MMS란 방송 주파수 신호를 압축·전송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방송용 주파수를 쪼개 더 많은 채널을 운영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7번을 사용하고 있는 KBS2는 7-1번과 7-2번으로 쪼개 새 채널을 하나 더 주는 것이다. 현재 EBS가 EBS2를 만들어 MMS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방통위는 내년 초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시험방송 중인 EBS2를 본방송으로 만들 계획이다.
방통위는 올해 초 지상파를 제외한 다른 미디어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상파 광고 규제를 없애 사실상 광고 시간을 늘려주는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인기 프로그램에는 비싼 돈을 받고 광고를 더 많이 붙일 수 있어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7월에는 당초 분배 계획에 없었는데도 최소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사에 사실상 공짜로 나눠 주기도 했다. 당초 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했던 주파수를 방송용으로 튼 것이다.
지상파 MMS는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로 추진됐지만 독과점 논란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국내 방송 광고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광고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상파 MMS가 도입되면 다른 중소 방송채널의 광고를 빼앗아 갈 수밖에 없다. 이경재 2기 방통위원장은 2013년 “지상파 MMS를 허용했다간 방송 산업이 다 망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동근 PP협의회장도 “지상파 MMS가 도입되면 중소 채널들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면서 “방송업계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채널을 더 늘려주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 프로그램에 포함된 간접광고(PPL)와 가상광고 등이 새 채널에서 재방송으로 방영되더라도 고스란히 광고 수익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상파 MMS는 방송의 공공성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오로지 지상파 방송사의 수익을 늘려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