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당 홍보위원장은 다른 후보 당명인 ‘민주소나무당’에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홍보 전문가의 감각과 정치인의 감각이 달랐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불필요하게 감상적인 이름이다. 그저 민주당이라고 하면 좋을 텐데 그 이름의 다른 정당이 이미 있어 할 수 없었나 보다. 다만 약칭 ‘더민주당’은 소셜미디어에서처럼 무조건 줄여 쓰는 방식도 문제지만 ‘더 민주적인 당’으로 이해되기보다는 ‘더(the) 민주당’ 같은 느낌을 줘 경박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더빠’도 있고 ‘더노래방’도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 제목을 ‘수도원의 살인’으로 달려다가 ‘장미의 이름’으로 바꿨다. 왜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 책을 읽어봐도 알쏭달쏭하다. 에코는 책 말미에 라틴어로 된 시구를 단서로 남겼다. ‘지난날의 장미는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역시 알쏭달쏭하지만 한국 제1야당이 남긴 덧없는 이름들이 떠오른다. 신민당-신한민주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