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골밑 지키는 첼시 리
첼시 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KEB하나은행 농구단 연습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친 뒤 카메라 앞에 섰다. 리는 “매니큐어가 다 벗겨졌다. 꼭 포토샵을 해달라”며 수줍게 웃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KEB하나은행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는 첼시 리(26)의 얘기다. 박종천 감독은 리를 보고 ‘센터치고는 BQ(농구 아이큐)가 좋다’고 했다.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게임을 읽을 줄 알아요.” ‘눈칫밥’ 먹어가며 배운 농구가 지금의 리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리는 현재 리바운드 단독 1위(183개)다. 2위인 삼성생명의 스톡스와는 19개 차다.
리는 “당연히 선수로서의 경쟁심이 강하다. 한 대 맞으면 한 대 꼭 되갚아줘야 하는 성격이다. 골밑에서 밀리면 당연히 화가 난다”고 했다. “코트 밖에서는 그냥 소녀다. 보통 여자들처럼 머리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화장도 공들여 한다.”
박 감독은 리에게 ‘더 빨리 뛰어 골밑을 지배하라’는 주문과 함께 다이어트를 요구했다. 몸이 무거워지면 무릎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리(186cm, 100kg)는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식단 조절로 체중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치킨은 못 끊었다. 치킨 얘기가 나오자 리는 “허니소스 양념치킨을 가장 좋아한다. 무릎 통증이 살 때문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심한 반론을 펴기도 했다. 리는 치킨 말고도 닭강정, 양념돼지갈비 등 미국에서 맛보지 못했던 ‘양념’의 세계에 푹 빠져 있다.
리는 사실 KEB하나은행이 아닌 KB스타즈로부터 먼저 영입 제안을 받았다. “우승 경험도 있고 플레이오프에도 많이 진출한 강팀이라고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최종 행선지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전무’한 하위팀 KEB하나은행이었다. “물론 모든 선수가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약한 팀에서 뛰는 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리 역시 시즌 전 목표를 2위와 3위가 맞붙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밝혔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느냐고 묻자 리는 한참 멀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상대가 늘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온다. 견제도 심해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매 경기 집중하는 수밖엔 방법이 없다.”
한편 KB스타즈는 28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DB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75-60으로 승리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