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계에서는 두 감독이 선수에서 지도자로 방향 전환을 하면서 ‘디딤돌’을 잘 놓았다고 한다. 감독 준비생 시절부터 자신이 장래에 펼칠 농구 철학과 비전을 잘 설정했다는 것이다. 프로 감독이 되기 전 쓴 두 감독의 석사 논문에서 그 단편을 엿볼 수 있다.
유 감독은 1995년 32세 때 연세대 교육대학원(체육교육 전공)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의 제목은 ‘한국 성인 남자농구대회 운영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였다. 프로농구가 출범할 때 프로 구단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조건을 정리한 논문이다.
유 감독은 논문에서 선수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논문에서 “고교, 대학 유망 선수들이 얼마 못 가 은퇴하는 것을 많이 봤다. 스카우트에 열중해 선수 관리가 소홀해졌다. 선수들을 제대로 길러내려면 농구 선수라는 직업의식을 먼저 확고히 가질 수 있도록 주위 여건을 배려하고, 그 다음 선수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2015시즌 ‘계륵’이었던 전준범을 올 시즌 팀의 주포로 탈바꿈시킨 것처럼 그는 아직도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 선수 관리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추 감독 역시 1999년 한국체대 사회체육대학원(생활체육 전공)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정리한 자신의 농구 철학을 팀 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프로농구 선수와 지도자들의 경기 환경 변화에 따른 인식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추 감독은 선수들이 포지션별, 연령별, 연봉별로 경기 환경을 다르게 인지한다고 주장했다.
올 시즌 추 감독이 김동욱과 임재현 등 30대 중후반 노장들을 중요한 경기의 초반이나 한두 점 차 급박한 상황에서 깜짝 카드로 활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추 감독은 자신의 논문에서 얻은 결론에 따라 실제 경기장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
두 감독은 논문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민 끝에 얻은 지혜는 두 감독이 뿜어내는 내공의 숨은 원천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