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국제부 기자
독일의 직업교육은 쾰른의 침대보 직조공 조합이 1149년 처음으로 도입한 중세 길드의 견습공 교육(Lehrlingsausbildung)을 모태로 한다. 이는 도제식으로 선임에게 일을 배워 숙련공으로 성장하고 더 기술을 닦아 마이스터(장인)에 오르는 방식이다. 이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길드에 예속됐다. 오늘날 독일의 직업교육은 견습공, 숙련공, 마이스터로 이어지는 체계가 중세 시대와 같다. 다만 지금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는 이원제 교육 시스템으로 발전했을 뿐이다.
독일은 현재 약 9000개 직업학교에서 85만 명의 직업교육생을 가르치고 있다. 매년 50만 명 이상이 새로 직업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2만 명이 넘는 숙련공은 마이스터 시험에 응시한다. 이런 교육 시스템에 대한 교육생의 만족도는 70%를 웃돈다. 직종은 말 관리사, 금세공사, 자동판매기 전문가, 네일아트 디자이너 등 344가지다. 직종 선호도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소매 판매원, 미용사 과정이 인기를 끌었다. 2012년에는 말 관리사가 선호 직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한 한국에선 실업계 고교가 대거 인문계 고교로 바뀌었다. 넘치는 대졸자들은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에선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구인-구직의 미스매치는 기본적으로 실업계 현장 기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진학률을 40%까지 낮추는 대신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독일에선 젊은이들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마이스터로 성장해 대졸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어 막연한 불안감에 떨지 않는다. 이제 한국에서도 현장 기술 인력을 대거 배출하는 직업교육 시스템을 만들 때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