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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의 행복한 100세]눈높이 맞춰주는 자산 관리 전문가 없나요?

입력 | 2015-12-29 03:00:00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최근 들어 자주 듣는 말이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예금과 같이 금융회사가 원리금을 책임져 주는 저축 상품만으로는 자산을 불려 나가기가 어렵다, 주식이나 펀드처럼 가격 변동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 시대로의 이행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현재 미국 가계 금융 자산의 70% 정도는 주식, 펀드, 변액보험, 변액연금과 같은 투자 상품에 들어가 있다. 저축 상품의 비중은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대표적인 저축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예금의 비중은 1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 미국에서도 1970년대 중반까지는 가계 금융 자산의 절반 이상을 예금에 넣어 두고 있었다. 지금의 우리나라보다도 예금 비중이 높았던 것이다. 이것이 1980년대 이후 투자 상품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금리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12% 안팎이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금은 2%대로 낮아져 있다. 각 가정에서는 줄어든 금리 수입을 메우기 위해 수익률이 높은 해외 투자를 하거나 저금리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의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효율적인 가계 자산 운용의 관점에서 보나 국민경제 관점에서 보나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 시대로의 이행은 중차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투자에 관한 기본 지식이 보급되지 않고서는 투자 시대로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십수 년 동안의 급격한 금리 인하 국면에서 단기 시황 전망을 근거로 ‘○○ 종목을 사면 돈 번다더라’라는 말만 믿고 목적 없는 충동 투자를 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수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한 공부라고 하면 주가 예측, 부동산시장 예측과 같은 단기 예측에 관한 공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이 단기 예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 자신의 생애 설계에 맞는 자산 운용 설계 방법, 적립식 투자를 통해 목돈을 만들어 가는 방법, 목돈이 되었을 때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공격적인 상품과 안정적인 상품에 자산을 배분하는 방법, 우량 금융 상품 선별 방법 등 자산 관리의 기본에 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통해 이런 기본적인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자산 관리에 대한 기본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사회로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에는 사회인이 된 뒤에라도 자산 관리의 기본에 관한 공부를 하는 한편, 부족한 부분은 자산 관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몇 년 전부터 금융회사에 가면 FP(Financial Planner), FC(Financial Consultant), FA(Financial Advisor), PB(Private Banker) 등의 명함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그런 전문가다. 물론 이들 모두가 실력 있고 신뢰할 만한 전문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금융과 관련된 지식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 관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을 갖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운용 대상 상품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투자자의 형편에 맞게 자산 설계를 해 주고 우량 금융 상품을 골라 줄 수 있는 전문가여야 한다. 혼자서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종합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지식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투자 이념, 운용 방법 등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일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금융회사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면, 고객의 입장에 서서 상담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상품을 선택하는 단계에 이르면 자사의 캠페인 상품 또는 수수료율이 높은 상품만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많다. 당장에 수수료 수입을 올려야 하거나 소속 회사로부터 그런 상품을 팔도록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회사, 이런 전문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속 회사의 상품을 파는 판매 대리인이라는 생각보다는 고객의 구매 대리인이라는 생각으로 상담에 임하는 전문가이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그런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금융회사가 아니면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