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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8)는 29일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을 설립한다는 계획에 대해 “저희들은 돈이 필요 없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며 “(원하는 것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인데…(이번 위안부 합의에는 그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보상이 아니다. 보상은 ‘돈 벌러 간 거 아니냐’면서 조금 준다는 게 보상”이라며 “죄에 대한 책임은 배상”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전날 기금 설립과 일본 정부의 출자에 대해 “배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은 많은 할머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 앞에 있을 때는 ‘너희가 죄가 있으니까 공식적인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하라’는 할머니들, 피해자들의 요구가 아니냐”면서 “건방지게 저희들이 치워라 마라, 옮겨라 마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저는 전적으로 무시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 철거의 의미에 대해 “우리 할머니들이 죽기를 바랐는데 안 죽으니까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죽이는 것으로 봐야한다”며 “손 못 댄다. 죽도록 기도하다가 인 되니까 직접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위안부 아니다. 이용수다. 일본이 끌고 가서 위안부로 만들었다”며 “용서를 못하는데 어디다가 손을 대나. (소녀상 철거는) 두 번, 세 번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다른 얘기를 하는 할머니는) 치매다. 병원에서 암과 투병 중인 사람”이라며 “(사리판별이 안 돼) 별의 별말을 다 한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한 명 빼면 나머지 할머니들은 전부 이번 위안부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