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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태’ ‘4차원 시프트’…김기태 감독 발상 화제만발

입력 | 2015-12-30 05:45:00

KIA 김기태 감독은 4월 15일 잠실 LG전 도중 상대 주자 문선재의 3피트 아웃을 주장하며 심판에 항의하다가 자신의 몸을 줄자로 대신 사용해 그라운드에 직접 눕는 기상천외한 모습을 연출했다(위 사진). SK 김광현은 7월 9일 대구 삼성전 도중 공이 없는 글러브로 최형우를 태그아웃시키는 절묘한 페이크 동작을 보여줬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사진출처|KBSN 중계화면 캡쳐


■ 2015 한국야구 ‘빛과 그림자’

3. 그라운드 안팎의 해프닝들


한국야구는 2015년에도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한 국가대표팀은 11월 일본과 대만에서 펼쳐진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사상 첫 10개 구단 체제를 맞은 KBO리그는 역대 최다인 736만539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산 ‘V4’ 달성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이처럼 알찬 결실의 이면에는 어두운 일면도 도사렸다. 삼성 소속 선수들의 해외원정도박 파문과 kt 포수 장성우가 연루된 SNS 파문 등은 최근 양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KBO리그에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스포츠동아는 2015년 한국야구의 빛과 그림자를 KBO리그를 중심으로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롯데 구단 운영에 화난 부산 팬들 시민구단 시도
포수 정범모 성급한 ‘삼진 세리머니’로 득점 허용
벤치클리어링 도중 두산 장민석 대리퇴장 황당
모두 속인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 ‘양심 논란’

실패로 끝난 ‘부산 자이언츠’

가칭 ‘부산 자이언츠 협동조합 설립추진기획단’은 2월 6일 오후 3시 부산YMCA 17층 대강당에서 첫 공청회를 열었다.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를 시민구단인 ‘부산 자이언츠’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롯데의 매각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구상과 30만명 회원이 30만원씩 출자해 900억원의 출자금을 모집한다는 목표 자체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 그동안 롯데의 구단 운영 방식에 대한 팬들의 불만과 지난해 CC(폐쇄회로)TV 사건을 계기로 분기탱천한 민심을 등에 업고 ‘혁명’을 도모했으나, 정작 공청회는 20여명만 참가하는 썰렁한 분위기로 막을 내렸다.

이동걸의 연속 위협구와 감독간의 설전

한화 투수 이동걸은 4월 12일 사직 롯데전 5회말 황재균에게 연속으로 몸쪽을 겨냥해 공을 던졌다. 심판은 “고의성이 짙다”며 퇴장 조치했다. 결국 이동걸은 5경기 출장정지와 200만원의 제재금을 받았고, 한화 김성근 감독도 300만원 벌금을 내야만 했다. 초보 사령탑인 롯데 이종운 감독이 “한화전이 10번이나 더 남아있다. 우리 선수가 다치면 두 배로 갚는다”고 백전노장 김 감독이 있는 상대 벤치를 향해 선전포고를 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빈볼을 맞으면 아프다. 하지만 정신적인 빈볼도 아프다”는 말을 남겼다.

‘눕기태’와 ‘4차원 시프트’ 시연

KIA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기행과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4월 15일 잠실 LG전. 투수 견제구에 걸린 LG 1루주자 문선재가 태그를 피해 절묘한 슬라이딩으로 2루에서 살자 김 감독은 심판에게 “3피트(91.44cm)를 벗어났기 때문에 아웃”이라고 어필했다. 2루에 발을 붙이고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3피트를 시연하기도 했다. 오히려 5분의 항의시간이 초과되면서 퇴장을 당했다. 팬들은 ‘눕다’와 ‘김기태’의 합성어인 ‘눕기태’라는 별명을 붙이면서 다양한 패러디물을 만들어냈다. 김 감독은 또 5월 13일 광주 kt전 9회초 5-5 동점 상황에서 2사 2·3루 위기에 몰리자 김상현 타석에서 고의4구 작전을 쓰다 혹시 모를 투수 심동섭의 폭투에 대비해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다 놓는 ‘창의적(?) 시프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는 야구규칙에 어긋나 주심의 제지로 무산됐다.

정범모의 성급한 삼진 세리머니

한화 포수 정범모는 4월 21일 잠실 LG전에서 치명적 실수를 했다. 0-2로 뒤진 5회말 2사 만루 위기 상황. 볼카운트 3B-2S서 투수 쉐인 유먼이 타자 이진영에게 던진 6구째 바깥쪽 공을 스트라이크라고 확신하고, 1루수 김태균에게 공을 던져주는 ‘삼진 세리머니’를 한 뒤 덕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3루주자 오지환이 득점한 것은 물론 2루주자 정성훈마저 홈까지 뛰어들어 순식간에 경기 흐름이 LG로 넘어갔다.

빈볼 시비와 장민석의 대리퇴장

5월 27일 마산구장에서 NC 투수 에릭 해커가 두산 타자 오재원에게 “타석에 들어가라”고 소리치면서 벤치클리어링으로 번졌다. 그 과정에서 두산 선수 중 누군가가 그라운드로 달려 나오며 공을 해커 쪽으로 던졌다. 심판의 범인 색출 작업에 두산 장민석이 자수하면서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화면상으로는 장민석이 공을 던진 각도가 아니었다. 결국 다음날 민병헌이 구단을 통해 “공을 던진 것은 나였다”고 고백하면서 ‘장민석의 대리퇴장’ 사실이 드러났다. 민병헌은 3경기 출장정지와 유소년야구봉사활동 40시간의 제재를 받았다.

김광현의 마술 같은 ‘빈 글러브 태그’

7월 9일 대구 SK-삼성전. 4회말 2사 2루서 삼성 박석민의 타구가 투수와 포수 사이에 높게 떴다. SK 투수 김광현, 1루수 브라운, 3루수 김연훈이 달려들었지만 공을 놓쳤다. 이때 2루주자 최형우가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자 김광현이 바운드된 공을 잡은 듯 글러브로 최형우를 태그했다. 심판은 아웃판정을 내렸지만, TV 느린 화면에는 공이 브라운의 글러브 속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현의 마술 같은 빈 글러브 태그에 모두가 속았다. 이를 두고 “김광현이 양심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페이크 동작이 많은 야구의 속성상 굳이 소속팀에 유리하게 내려진 판정을 양심선언을 통해 뒤집을 선수는 없다”는 옹호론이 맞섰다.

잠실구장 폭발물 소동

7월 23일 잠실구장에선 때 아닌 ‘폭발물 소동’이 벌어졌다. 오후 6시30분께 넥센-LG전이 열리고 있던 잠실구장에 군인과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오후 6시25분께 경찰서로 ‘잠실구장 중앙타자석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원미상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밝혔다. 폭발물 처리반과 폭발물 탐지견, 경찰특공대까지 대거 출동해 수색을 시작했다. 때마침 1회말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경기가 중단된 뒤 노게임으로 선언돼 큰 소란 없이 수색이 진행됐는데, 결국 허위신고로 밝혀졌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덕아웃 CCTV 논란

9월 2일 청주구장. KIA 김기태 감독은 4회말 한화 공격 도중 심판진에게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덕아웃 내의 감독 책상 위에 놓인 조이스틱과 벽면에 있는 CCTV 모니터가 문제였다. 양 팀 합의 하에 모니터를 끄고 경기를 재개했지만,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번졌다. 한화는 청주시가 감독석에서 보이지 않는 구장 내 사각지대를 살필 수 있도록 양쪽 덕아웃에 설치한 것이라며 억울해했지만, KBO는 더 이상의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한화 구단에 CCTV 사용금지를 요청했다.

안타 치고도 고개 숙인 오재원

9월 18일 대구구장. 두산이 0-2로 끌려가던 4회초 1사 후 김현수와 홍성흔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오재원이 중전안타를 치고나가면서 두산 벤치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런데 1루에 도착한 오재원이 심판에게 타임아웃도 요청하지 않은 채 베이스에서 벗어나 배팅장갑을 벗고 주루장갑을 끼다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삼성 1루수 채태인이 유격수 김상수에게 공을 던져달라는 수신호를 보낸 뒤 오재원을 태그하자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오재원은 안타를 치고도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 여론의 역풍 맞은 ‘JT 히어로즈’

히어로즈는 시즌 후 새 메인스폰서로 일본계 금융기업인 J트러스트와 협상을 진행했다. 연간 10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포함해 FA(프리에이전트) 영입 및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구단 운영 자율권 보장 등 파격적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J트러스트는 대부업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강한 탓에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결국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와 협상을 중단하고 기존의 넥센타이어와 3년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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