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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으로 시작, 박정환으로 끝났다

입력 | 2015-12-30 03:00:00

2015 바둑계 결산




올해 바둑대상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한 박정환 국수(9단).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한국기원 제공

올해 국내 바둑계는 박정환 국수(9단)로 시작해서 박 국수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국수는 1월 제58기 국수전 도전기에서 조한승 9단을 3 대 1로 물리치고 처음 국수에 오르며 2015년 새해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다음 달에는 LG배 기왕전 결승에서 김지석 9단을 누르고 2011년 후지쓰배 우승 이후 4년 만에 세계대회 정상에 올랐다. LG배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7년 만이다.

연말엔 박 국수가 단체전에서 강세를 보였다. 11월 막을 내린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그가 이끄는 티브로드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MVP를 수상했고, 연말에 벌어진 중국 금용성배에선 김지석 9단, 이동훈 5단과 함께 극적인 우승을 이끌어 냈다. 또 조한승 9단과 벌이고 있는 국수전 도전기 리턴매치에서 이미 2연승으로 타이틀 방어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박 국수는 28일 열린 바둑대상에서 최우수기사상을 비롯해 다승상 승률상 연승상을 수상해 올해 바둑계의 1인자임을 보여 줬다.

신예 가운데선 2000년생 신진서 3단(15·사진)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이달 제2회 렛츠런파크배에서 김명훈 3단(18)에게 2 대 1 역전극을 벌이며 2000년대 이후 출생 기사로는 처음으로 종합 기전에서 우승했다. 다승 부문에서도 58승으로 막판까지 박 국수를 위협했다. 렛츠런파크배에서 준우승한 김명훈 3단도 바둑대상 신예기사상을 수상했다. 또 18세의 이동훈 5단도 KBS바둑왕전에서 박 국수를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최정 5단과 오유진 2단은 여성 기사로선 처음으로 50승 이상을 거뒀고 한국바둑리그 같은 여성 바둑 리그가 출범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승부 세계 밖에서도 굵직한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바둑이 올해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와 내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의 정식 종목으로 결정돼 ‘바둑의 스포츠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5월 열린 소년체전에선 16개 시도에서 192명이 참가해 금메달 4개의 주인공을 가렸다.

또 한국기원은 CJ E&M이 운영하던 바둑TV를 인수해 직영 바둑 채널을 내년부터 론칭한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한국기원이 기보 독점 사용권을 앞세워 잘 운영되는 민간 채널을 압박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기원은 또 경기 화성시와 협약을 맺고 현재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한국기원을 2018년까지 동탄 신도시로 옮길 계획이다.

올해는 한국현대바둑 70주년이었다. 1945년 고 조남철 9단이 한성기원을 세운 것을 기점으로 한다. 70주년 기념 특별 전시회, 슬로건 및 바둑문학상 공모, 70년사 발간, 조훈현-조치훈 기념 대국(7월)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