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 6·25 전후사 권위 이완범 교수 지적
1948년 8월 15일 서울 중앙청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행사.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과거 교과서에서도 사용됐던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진보와 보수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논쟁이 정치적으로 흘러 아쉽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정부는 올 9월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발표하며 검정 교과서에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쳤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정)와 독립운동 역사를 평가절하하는 ‘대한민국 건국’이란 표현의 전 단계”라며 비판했다. 1919년 4월 임정 수립이 곧 ‘건국’이고, 1948년 8월 15일은 38선 이남의 ‘(단독) 정부 수립’에 불과하다는 것이 진보 측의 주장이다.
역사학계는 1948년 8·15를 ‘건국’ 또는 ‘정부 수립’으로 보느냐를 이른바 좌파, 우파(뉴라이트)로 나누는 한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두 용어는 역사적으로 병용돼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선포식의 현수막에는 ‘정부 수립’이라고 썼지만, 1949년과 1950년 8월 15일에는 각각 ‘민국건설 제1회 기념일’ ‘민국독립 제2회 기념일’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이 임정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했지만, 헌법 ‘개정’이 아니라 새로 만들었다는 뜻의 ‘제헌절’이라는 표현에는 임정과 대한민국 헌정 간의 불연속성이 드러난다.
진보 측에서 때로 ‘건국’이란 표현을 쓴 것은 근래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8월 15일 ‘건국 50주년’을 기념했고, 같은 해 ‘제2건국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교수는 “후백제·후고구려도 건국이라고 지칭하는 마당에 분단국가라고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이 미완의 과제라는 인식도 함께 담는 ‘분단정부의 수립: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표현도 제안했다.
대한민국 건국 논쟁에 관해 최근 글을 쓴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