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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비극 경쾌하게 그린 ‘조씨고아…’ 4년만에 大賞

입력 | 2015-12-30 03:00:00

연출-연기-시청각디자인까지 4관왕… 연기상에 하성광-김정민씨 영예
‘유인촌신인상’ 오동식-성수연씨




동아연극상 대상을 수상한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대상 수상작이 선정된 건 4년 만이다. ‘조씨고아…’는 대상뿐만 아니라 연출상, 시청각디자인상, 연기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올해 제52회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조씨고아…’는 연출상(고선웅)과 연기상(하성광), 시청각디자인상(김혜지)도 수상해 4관왕을 차지했다. 대상 수상작이 나온 것은 제48회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 이후 4년 만이다. 상금은 1000만 원.

올해 본심에는 예심을 통과한 14편과 심사위원 추천작 11편 등 25편이 올랐다. 지난해는 23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정치검열 논란 등 연극계에 악재가 많았는데도 대상작이 나올 정도로 우수한 작품이 여럿 눈에 띄었다”며 “하반기 들어 시대의 현실을 풍자하는 강렬한 작품이 다수 나온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우수작들이 민간 극단보다 국공립 단체들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는 현실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조씨고아…’의 대상 선정에는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거의 없었다.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조씨고아…’를 희극적 어법으로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조씨 가문 300명이 멸족되는 재앙 속에서 마지막 핏줄인 조삭의 아들 ‘고아’를 살리려는 필부 ‘정영’을 중심으로 복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영은 ‘고아’를 위해 자신의 자식까지 희생시키는 비운을 겪는다. 특히 공손저구 역을 맡았던 임홍식 씨가 공연 도중 심근경색으로 숨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조씨고아…’가 압도적인 작품 완성도를 보여 줬다고 칭찬했다. 심사위원들은 “중국 원작의 복수 이야기여서 요즘 시각에선 다소 진부할 수 있었는데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세련된 연출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대상 수상작이 나와 작품상은 따로 뽑지 않았다.

연기상은 ‘조씨고아…’에서 ‘정영’ 역을 맡은 하성광 씨와 ‘햇빛샤워’에서 ‘광자’ 역을 맡은 김정민 씨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하 씨는 역할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장시간 보여 준 점이 인상적이었고, 김 씨는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연기 변신을 했던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연희단거리패의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에서 백석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오동식 씨와 배우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밝히는 연극 ‘비포 애프터’에서 암에 걸린 아버지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을 얘기하며 연기한 성수연 씨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두 배우 모두 관객을 설득하는 힘이 상당했다”고 평했다.

시청각디자인상은 ‘조씨고아…’와 ‘아버지와 아들’의 소품디자이너 김혜지 씨가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소품이 공연에서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김 씨의 소품은 무대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신인 연출상은 ‘해피투게더’의 이수인 씨가 탔다.

특별상은 구자흥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수십 년간 공연기획자와 극장 대표 등으로 활약하며 ‘공연 기획자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 주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올해는 희곡상과 새개념연극상 부문의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김정은 kimje@donga.com·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