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바다밥상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에서 부화에 성공한 어린 명태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제공
명태는 1970년대 초반부터 점점 잡히는 수가 늘어나기 시작해서 1981년에는 1년에 잡힌 양이 최고치인 16만6000t을 기록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부터 어획량이 줄어들더니, 2008년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건 명태뿐만이 아니다. 쥐치와 정어리도 1980년대에 비해 훨씬 적게 잡힌다. 쥐포의 재료인 쥐치는 1980년대 약 32만 t이 잡혔던 반면 2013년엔 약 1300t만 잡혔다. 하지만 명태나 쥐치, 정어리와 반대로 어획량이 크게 늘어난 해산물도 있다. 오징어가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에 약 5만 t 정도이던 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대엔 22만 t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 참치로 잘 알려진 참다랑어와 대구, 청어 등도 더 많이 잡히고 있다.
과학자들은 바다에서 잡히는 바다 생물의 종류와 수가 바뀌는 데엔 다양한 이유가 얽혀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원인은 ‘수온 변화’다. 물고기들은 0.03도의 수온 변화까지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물고기들은 수온에 더 민감하다.
그런데 동해의 표층 수온은 지난 40년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1.5도 정도 높아졌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특히 어린 물고기가 줄어드는 데 수온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명태도 그중 하나다. 한편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오징어나 참다랑어, 해파리는 늘어났다. 결국 수온이 바다 밥상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준 셈이다. 또 몇몇 물고기의 수가 줄어든 이유로 남획이 꼽히기도 한다. 어획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된 것도 이유지만, 알을 품고 있는 어미 물고기는 물론 어린 물고기까지 모조리 잡아들인 게 일부 어종이 사라지게 된 큰 이유가 됐다.
명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5년부터 1997년까지 어부들이 잡은 전체 명태의 91%가 어린 명태인 노가리일 정도였다. 노가리는 안주로 인기가 많다. 그 결과 점점 어른이 되는 명태가 줄어들면서 알을 낳는 수도 줄어 이제 우리나라에서 명태는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2008년 명태 어획량이 ‘0’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는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2014년부터 해양수산부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쉽지 않았다. 작년에 인공수정을 통해 부화한 9만 마리의 명태 치어들이 두 달 만에 모두 죽어 버린 것이다.
다시 명태를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을 한 결과 올해 2월 명태 알을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7개월 동안 정성스레 키워 약 3만 마리의 어린 명태를 얻었다. 명태는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냉수성 어종이기 때문에 수온이 섭씨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11월 인공으로 키운 명태들을 동해에 방류했다.
그리고 10월 12일, 여의도 면적의 7.4배 정도 되는 동해 지역을 보호 수면으로 지정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지역은 명태가 알을 낳는 곳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어부들이 이곳에서 명태를 잡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4년 동안 명태가 알을 낳는 지역의 바다를 보호해서 명태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신수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b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