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울리는 국회]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 구조개혁

주력 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고 수출 등 성장동력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경제 전반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 기업 연쇄 도산,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내년 기촉법이 효력을 잃게 되면 개별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를 막을 방법이 없어 기업들이 줄도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긴급 자금만 지원받으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이 법정관리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의 경우 워크아웃에 비해 구조조정 속도가 더딘 데다 기업의 회생 가능성도 낮다. 채권단 자율협약 역시 쉽지 않다. 채권단의 75%만 동의하면 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자율협약은 채권단 전체가 동의해야 해서 합의 도출이 어렵고, 기업에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도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은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 관행이 정착되지 않아 기촉법 같은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특히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라 기촉법 공백에 따른 후유증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원샷법도 표류하고 있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원샷법을 추가 심의했지만 대기업을 배제하고 법을 악용할 경우에 징벌적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대기업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일부 과잉공급 업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샷법’이 아니라 ‘반샷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기계산업진흥회,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반도체산업협회 등 13개 단체는 최근 성명에서 “기계,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 등 주력 제조업 모두 언제 어떤 어려움에 직면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정 업종으로 법 적용을 제한하는 경우 국제무역기구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고 국가 간 불필요한 통상 마찰을 야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신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