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도발에 두다리 잃은 하재헌 하사 걸어서 퇴원 한달간 마무리 치료후 軍에 복귀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위쪽 사진)가 29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마치고 의족을 착용한 채 걸어서 퇴원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하 하사가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4일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9일 오전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로비. 하 하사는 하우송 병원장의 손을 잡고 의족을 찬 두 다리로 걸어 나왔다. 약간 절뚝거렸지만 걷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 하사는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중 북한군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었다. 이달 초 퇴원한 김정원 하사(23)가 북한의 도발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데 비해 하 하사는 두 다리와 엉덩이, 왼쪽 고막까지 크게 다쳤다. 김 하사가 퇴원한 이달 2일 하 하사는 고막 수술을 받았다.
하 하사는 ‘군에 돌아가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마음으로는 전방에 가고 싶다”면서 “제 조건에 맞춰 행정 업무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 전우들을 도와 군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두 다리로 걷는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지뢰 폭발 이후 다시는 걷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의족을 착용하고 걷는 첫걸음이 아기 때 걸음마 하듯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첫발을 내딛는 게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혼자 (부상과) 싸울 때 상실감에 빠졌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국민의 응원을 접한 뒤 국민을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나 군에 돌아가 국민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힘든 재활과 수술 과정을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 하사는 “저를 응원해 주신 국민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웃을 수 있게 됐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국군수도병원에서 4주 정도 마무리 치료를 더 받은 뒤 군에 복귀한다.
하 하사는 이날 병원 앞에 준비된 국군수도병원행 앰뷸런스까지 혼자 걸어간 뒤 올라탔다. 그런 그에게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