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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씨를 만나 특별했던 2008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차분하게 한 아주머니의 사연을 들려줬다. 그해 어느 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았던 전 씨는 한 아주머니의 애절한 목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 아주머니는 병원 수납창구 직원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중이었다. 시각 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의 수술비 72만 원 중 22만 원이 부족하자 “일단 수술을 받고 모자라는 22만 원을 나중에 내면 안 되겠느냐”고 애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 직원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모습은 전 씨의 아픈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유복했던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 입시 때나, 학원 강사 시절이나 늘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자폐를 앓는 동생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