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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짐싸는 비주류… 동교동계 “탈당 쓰나미 시작됐다”

입력 | 2015-12-30 03:00:00

[야권 분열 가속]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2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목희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 오른쪽)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표의 퇴진과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재차 요구했다. 왼쪽부터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이석현 국회부의장.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꺼내 든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호남 인사 영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 내분을 수습하고,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주류의 탈당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날 최재천 권은희 등 현역 의원에 이어 29일 김유정 전 의원 등 전직 의원들까지 탈당 선언이 이어졌다. 당내에선 “2007년 열린우리당 붕괴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동교동계, “쓰나미는 시작됐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문 대표가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분으로 호남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분을 영입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김준태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 대표 측이 영입하려 했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주류의 이탈은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인천 중-동-옹진 지역위원장인 한광원 전 의원과 인천 민주연합청년회 이상섭 지부장 등 회장단은 탈당을 선언한 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대통령 선거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전 대표의 대변인을 지낸 김유정 전 의원은 “탈당한 뒤 광주 북갑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이곳은 광주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친노(친노무현) 주류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다. 김 전 의원 역시 안 의원 신당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

동교동계도 문 대표와의 결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문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거론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해 볼 게 없다”며 “(탈당) 쓰나미가 시작됐다. 내년 1월 10일쯤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야권 통합이 안 되면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문 대표는 내년 1월 8일 새로운 당의 로고를 공개하며 사실상 재창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주류는 그 즈음에 대규모 탈당을 예고하고 있어 야권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김한길, 열린우리당 와해 작전 재연?

문 대표와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의 ‘강 대 강’ 대치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주도했던 ‘2007년 열린우리당 와해 작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선도적으로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을 거쳐 대통합민주신당을 결성했다. 의원들의 ‘탈당 러시’를 막을 수 없었던 열린우리당은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되면서 간판을 내렸다. 김 의원의 적극적인 주도로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원, 김근태 전 의원 등이 흩어져 있던 범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 깃발 아래 하나로 모였다.

김 의원이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로 안철수 신당과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의원 등을 결국 하나로 통합하는 데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더민주당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탈당 의원들이 안 의원과 천 의원의 신당에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당장 전날 탈당한 최재천, 권은희 의원이 각각 안 의원과 천 의원에게로 흩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관계자는 “2007년 당시 김 의원은 외곽으로 나가 본진(열린우리당)을 허물어뜨리고 새집을 지었다”며 “문 대표가 완강히 버티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당시와 비슷한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2007년 당시 김 의원은 탈당의 선두에 선 반면 지금은 탈당과 관련해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 다르다. 김 의원 측은 “야권 통합과 관련한 길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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