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말하는 ‘4번 타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의 이대호(왼쪽)와 허구연 해설위원. 당시 5, 6번 타자를 맡았던 이대호는 이제 4번 타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허구연 씨 제공
허 위원은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4번 타자는 상징적인 존재다. 야구 흥행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대 초반이던 1960년대 대표팀 4번 타자로 사상 처음 한국의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끈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을 비롯해 이승엽, 이대호 등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강타자들과 야구 붐이 궤적을 같이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허 위원은 “4번 타자에게 거는 국민적인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도 심하다. 선수가 받는 압박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선수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엽을 예로 들었다. 이승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극도의 부진에 허덕이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2로 맞선 8회 상대 마무리 이와세로부터 결승 2점 홈런을 뽑아냈다. 허 위원은 “그때 일본 타격 코치가 그러더라. 깻잎 한 장 차이로 이승엽이 홈런을 친 것이라고.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이승엽이 눈물을 다 흘렸겠는가”라고 회고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