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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주제는 ‘이제는 실천’]<250>씁쓸한 스마트경고판 효과
24일 폐쇄회로(CC)TV와 스마트 경고판이 설치돼 있는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 인근 모습. 이곳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24일 오전 11시경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 근처 골목.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한 ‘스마트 경고판’에 취재진이 접근하자 “폐쇄회로(CC)TV 녹화 중입니다.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세요. 무단투기 적발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지나던 주민까지 소리를 듣고 경고판을 바라봤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이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지금은 쓰레기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깨끗해졌다. 도봉구 관계자는 “올해 8월부터 스마트 경고판 10대를 설치했는데 단순 촬영만 하는 CCTV보다 효과가 좋다”고 했다.
서울 중구도 47곳에 스마트 경고판을 운영 중이다. 회현동 주택가의 한 슈퍼마켓 앞도 쓰레기 무단투기가 심각했다. 주민 임미자 씨(52·여)는 “누군가 박스를 버리면 그 위에 또 다른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고, 그러다 폐지 수집하는 분들이 박스만 가져가면 쓰레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지저분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고판 근처만 가도 소리가 나니까 쓰레기를 거의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스마트 경고판 설치 외에도 벽화를 그리거나 전봇대 옆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 각 지자체는 쓰레기 무단투기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 경고판 설치비용은 하나에 약 200만 원. 하지만 중구의 한 주민은 “경고판이 설치된 곳은 쓰레기가 없지만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는 여전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시나 단속보다 ‘시민 의식 개선’을 통해 무단투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때만 공공질서를 지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봉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동체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그런 의식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다면 쓰레기 투기가 곧 나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자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CCTV나 경고판 설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왜 세금을 들여 이런 것을 설치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시민의식 교육도 병행해야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